‘기밀 유출’ 기소 트럼프, 법원 출석해 “난 모두 무죄”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법원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37건의 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기소를 “가장 악랄한 권력 남용”으로 규정한 뒤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이길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겠다면서 ‘보복’을 시사했다. 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자 2024년 미 대선의 공화당 선두주자인 그가 미국 사회 분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짙은 색 정장에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너선 굿먼 판사가 공소 사실을 설명하자 팔짱을 끼는 자세를 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따금 변호인들에 귓속말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와 멀지 않은 거리에 착석해 사실상 처음으로 대면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 토드 블랜치는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방 관련 정보를 보유·유출하는 등 연방 방첩법을 위반하고 사법방해, 허위진술 등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 8일 기소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도, 전직 대통령이 연방 법원에 출석한 것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뉴욕에서도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기소된 바 있으나 당시 기소는 뉴욕 맨해튼 지검이 주도한 것으로 연방법 위반 혐의는 아니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성추문 입막음’보다 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국가 안보와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방첩법 위반 및 사법방해죄로 최대 20년의 무거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분간 진행된 기소인부절차가 끝난 뒤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법정을 나온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보수 정치인들이 플로리다 핵심 유권자인 쿠바계 이민자 표심을 잡기 위해 단골로 찾는 근처 유명 쿠바 음식점이었다. 이후 뉴저지주로 이동해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그는 특히 “오늘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부패한 현직 대통령이 조작된 가짜 혐의로 최고 정적을 체포당하게 한 것은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 대선을 조작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을 앞두고 마이애미 법원 앞은 “트럼프는 죄가 없다”를 외치는 지지자들과 “트럼프를 감옥에 가두라”고 외치는 시민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4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출석할 당시와 마찬가지로 ‘친트럼프 대 반트럼프’ 대립 구도가 펼쳐지면서 트럼프가 촉발한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상을 재확인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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