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폭정’ 시시 이집트 대통령, 경제난에 민심 폭발하자 돌연 “야권과 대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해 9년간 폭정을 이어온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사진)이 ‘야권과의 대화’를 시도하며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반정부 인사에 대한 잔혹한 고문과 불법 감금, 납치 등으로 불만을 제어해왔지만, 최악의 경제난으로 성난 민심이 폭발 직전까지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에선 정적 측근을 체포하고 대선 일정 변경을 시도하는 등 독재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위기에 직면한 이집트 지도자가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반대자들과의 대화”라며 “이례적인 시시 대통령의 행보는 정권을 향한 국민의 불만과 경기 침체에 대한 압력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투옥돼 있거나 해외로 망명한 정치인들을 제외한 야권, 시민단체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군인이었던 시시 대통령은 2013년 7월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이듬해 3월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표면적으론 국민의 직접 투표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정권을 잡았지만, 반대파를 잔인하게 숙청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이룬 결과였다. 2018년 3월 대선에선 97.0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극심한 물가 상승과 경제난에 그는 정치 인생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이집트 인플레이션은 33.9%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주요 소득원인 관광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외화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는 지난 3월 “이집트 국고에 25만달러(약 3억2000만원)의 환불 불가 예금을 예치하는 외국인에겐 이집트 국적을 부여하겠다”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NYT는 시시 대통령이 야권과의 대화를 늘려가는 한편 지난해 1000여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며 대중의 분노를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시 대통령의 통합 행보가 단순 선전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대화엔 이슬람 원리주의자와 자유 옹호론자, 안보 전문가는 모두 배제됐다. 또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집트 당국이 그의 최대 경쟁자이자 유일하게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아메드 엘탄타위 시민민주운동 대표의 가족과 측근 20여명을 체포하는 일도 발생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내년 초로 예정된 대선을 올해 말로 앞당기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시시 대통령의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기득권층의 두려움이 읽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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