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러 전술핵 받기 시작”…우크라·서방국가들 규탄

김서영 기자 2023. 6.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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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대통령 “일부는 히로시마 때의 3배 위력” 엄포
소련 붕괴 후 첫 국경 밖 이동…“필요하면 사용 주저 안 해”

벨라루스가 러시아로부터 전술핵무기를 인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사진)은 “이 중 일부는 히로시마 때보다 3배의 위력을 갖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국경 밖으로 핵탄두를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등 44개국은 핵무기 이전 결정을 규탄하고 나섰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로루시 벨타 국영 통신사의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된 러시아 국영 TV 채널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미사일과 폭탄을 가지고 있다”면서 “원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보다 3배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벨라루스에는 구소련 시절의 핵 저장 시설들이 남아 있으며, 이 중 5~6개를 복원했다고 언급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에도 벨타 통신사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는 것은 ‘잠재적인 침략자’에 대한 억지력을 위한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에 자국의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전술핵 이전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달 7~8일 중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 배치가 완료될 예정”이라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대응으로 ‘벨라루스에 핵무기 전진 배치’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지난 3월 전술핵 배치에 합의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인 지난해 2월 말 개헌을 거쳐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는 헌법 18조 조항을 삭제했다.

러시아 핵무기가 영토 밖으로 이동하는 것은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 같은 전술핵 재배치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은 아니다. 핵무기를 해외로 이전하긴 하지만 통제권은 러시아가 갖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의 핵 균형을 흩트리고 핵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하긴 힘들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부 경계 코앞에 러시아 핵무기가 놓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날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등 44개국은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러시아 전술핵 배치를 규탄했다. 이들은 공동발언에서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한 러시아 및 벨라루스의 서명과 그에 이어서 나온 양국 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벨라루스는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결정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임에도 그동안 대러시아 제재 노선에서 이탈해온 헝가리는 이번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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