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 보폭’ 확대에…이스라엘, 경계 눈빛

김서영 기자 2023. 6. 1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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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군사적 위협 우려
궁지 몰린 네타냐후 정권
‘이란 공격’ 카드 꺼낼 수도

이란이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 보폭을 확대하면서 숙적 이스라엘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사법개편안 후폭풍과 뇌물 사건으로 국내 입지가 불안해진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이란 공격’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부에선 최근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란의 부상을 두고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지난 4월 중국의 중재로 2016년 외교 관계를 단절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복원했다. 양국은 “협력 확대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안보와 무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도 외교 관계를 8년 만에 정상화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반서방’ 기조로 관계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와 군사·경제·교통 분야 협력을 늘렸다.

이란의 우호 관계 확대는 이스라엘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사우디와의 대결 국면을 청산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과 친밀한 이란을 자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야콥 나갈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고문은 “사우디-이란 협력으로 이란은 스스로가 더 강해졌다고 여긴다”며 “이란은 여러 전선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한 자금과 훈련,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안한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적 상황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정부의 사법개편안 후폭풍으로 올해 들어 매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고,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개인도 코너에 몰린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가 위기 타개책으로 ‘외부의 적’인 이란 공격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디나 에스판디아리 국제위기그룹(ICG) 연구원은 “내부적으로 모든 것이 엉망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적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로스 전 백악관 중동특사도 “이란은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공격이란 선택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오래 대화한 사람으로서, 이스라엘이 그 선택지를 잃지 않으려 하리란 점은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스라엘 야당인 예쉬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이란 문제에 관한 한 여야 구분 없이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한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지 없이 이란을 공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핵합의 복원 논의를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외교는 신뢰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을 동반할 때에만 작동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원자로를, 2007년엔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 임기 들어 이란에 대한 직접적 타격도 두 차례 추진했으나 미국 반대로 무산됐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충돌할 경우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하마스까지 개입하는 대규모 사태로 번질 수 있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미사일만도 10만개로 추정된다. 또한 석유 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립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친선이 꼽힌다. 그러나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만큼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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