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서울의 뒷산에 올라 보았습니다 [삶과 문화]

2023. 6. 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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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마치고 수고한 동료들과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한양도성 성곽길을 돌아보기로 했다.

한양도성은 여느 산성처럼 인왕산의 산세를 이용해서 성을 쌓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50년 넘게 살면서도 서울 한성의 안산이라는 인왕산을 처음 올라 봤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인왕산에서 본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팽창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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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홍난파가옥. 김대석 소장 제공

프로젝트를 마치고 수고한 동료들과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한양도성 성곽길을 돌아보기로 했다. 완주에는 총 8시간 소요되는 코스지만 우린 가벼운 답사로 준비해 보았다.

첫 출발점인 서울역사박물관은 원로 건축가 김종성 선생의 작품으로 600년 도읍의 기록이 잘 담겨 있다. 박물관 넘어 언덕을 오르자 멀리 인왕산 봉우리가 보이면서 오래된 풍광이 시야를 기분 좋게 한다. 구도심 골목길 작은 언덕을 넘어 처음 다다른 곳은 홍난파 선생의 생가. 1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한 홍난파 선생의 흉상과 예쁜 가옥이 걸음을 반겨 주었다. 길게 늘어선 낮은 구릉 위의 성벽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랫부분은 조선 초기의 성벽 쌓는 기법으로 비교적 큰 돌들이 부정형으로 이어져 있는 반면 위로 갈수록 정돈된 돌들이 세월의 퇴적층을 연상케 해 주었다. 한양도성은 전국 8도에 각각 담당구역을 두어서 짓고 관리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 기록이 남아 있어서 나라의 수도를 지키는 온 백성의 힘과 의지가 담긴 도성임을 알 수 있었다. 한양도성은 여느 산성처럼 인왕산의 산세를 이용해서 성을 쌓았음을 알 수 있었다. 고로 성곽길을 걷는 것은 그냥 산책이 아니고 약간의 등산임을 금방 깨달아야 했다. 인왕산 정상까지는 불과 해발 360m 정도의 높이였지만 가벼운 산책을 생각한 얄팍한 마음에는 이보다 높은 정상이 없었다. 성곽길을 오르면서 외국인들을 꽤 많이 마주쳤다. 동료의 말에 의하면 서양에는 이런 돌과 흙으로 구성된 산과 산성의 형태와 분지를 이루는 도성 형태가 흔하지 않아서 이 자체를 오르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것이라고 했다.

한성곽길. 김대석 소장 제공

한양도성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이유는 유네스코 심사 기준에는 얼마나 과거의 복원율이 높은가를 보는데 그 점에서 미흡했던 것 같다는 후설이다. 그 말을 듣고 성벽을 다시 보니 과거의 성벽과 새로 조성한 성벽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디테일에서도 돌과 돌의 이음새라든지 적을 막기 위한 시설들의 디테일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 이집트에 건축여행을 갔던 지인이 현장에서 인상적인 장면이라면서 말해 준 이야기는 부서지고 버려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다시 만들고 쌓고 있는 장면이라는 말이었다. 역사의 흔적이라는 것이 손쉽게 목적을 위해 인공으로 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이었다.

한성곽길. 김대석 소장 제공

숨을 골라 인왕산 정상에 올랐을 때 내려다보이는 치마바위는 조선시대 쫓겨난 왕비가 임금님을 향해 치마를 흔들었다는 전설의 바위였다. 나도 경복궁을 바라보며 수도 서울의 풍광을 새겨볼 수 있었다. 하산길 초소를 리모델링한 북카페 초소책방에서 시원한 차와 함께 답사 후기를 나누었다. 성곽길 역사는 600년을 훌쩍 넘었는데 불과 4시간여의 발걸음으로 돌아보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 50년 넘게 살면서도 서울 한성의 안산이라는 인왕산을 처음 올라 봤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인왕산에서 본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팽창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주었다. 성곽길 투어, 땀과 숨차는 호흡으로 나를 곧추세울 때 또 다른 이면을 만나본 여정.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내가 사는 마을 뒷산을 한번 올라가 보길 권해 본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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