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주민참여예산…쌈짓돈 관행 ‘여전’

안승길 2023. 6.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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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KBS는 앞서 과거 의원 쌈짓돈처럼 쓰였던 '재량 사업비'가 '주민참여예산'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의원과 업체의 짬짜미 수단으로 전락한 관행을 여러 차례 보도한 적 있습니다.

스스로 정한 사업에, 예산이 투명하게 쓰이는 '주민 참여'의 본질, 현장에선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제 한 농촌 마을.

2천5백여만 원을 들여 주변 농로를 새로 포장하고 배수로도 정비했습니다.

이른바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했는데, 정작 주민들은 예산 확보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김제시 A 마을 주민/음성변조 : "주민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의원이 했구먼? 도로 포장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거예요?"]

다른 마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두 달 전 농로와 배수로 포장이 마무리됐는데, 주민들은 도의원에게 민원을 넣어 이뤄진 공사로만 알 뿐입니다.

도의원 몫으로 배정된 김제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내역입니다.

도비로 진행된 사업들인데, 대부분 도로 포장과 수로 공사 등에 쏠려 있습니다.

공사비와 재료 구입비 등으로 쓰인 돈은 해마다 5억 원 안팎.

2019년부터 지난해 사이 4년간 22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건설사 48곳이 사업을 나눠갔는데 해마다 계약을 맺는 등 관급공사를 여럿 가져간 업체도 눈에 띕니다.

[전북도의원/음성변조 : "읍·면·동장도 인심 쓰고, 저도 쓰고. 도에서 주민참여예산으로 의원이 가져왔다. 저는 돈만 내려보내주지, 계약은 거기서 하잖아요. 저희들이 거기까지 하면 월권이죠."]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숙의와 평가 등을 거쳐 수립해야 합니다.

주민 자치 정신이 녹아든 이른바 '상향식 예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인데, 실제로는 미리 사업을 정한 뒤 도의원이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증언이 잇따릅니다.

주민제안 신청서와 위원들의 평가 등 서류는 갖추지만, 공무원 혹은 의원과 가까운 주민들이 참여해 형식적인 논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제시 B 마을 주민참여예산위원/음성변조 : "그것은 형식이야, 사업 싹 올려놓고 주민참여예산 했다고 하는 거예요. 딱 올라오면 사인해달라고 그래. 정해놓고 딱 해버려요."]

[김제시 C 마을 주민참여예산위원/음성변조 : "가져온 리스트 안에서만 심의하는 거니까요. 그걸 안 한다니까, 회의해서 우리 마을에 이 사업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는 별로…."]

결국 도의원들이 지역구 건설사에 관급공사를 내주고 표밭을 관리하는 용도로 참여예산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상민/김제시 결산검사위원/전 시의원 : "예산을 편성할 때 직접 참여해서 재정 건전성이나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주민들이 정말 필요한 사업이 여럿 있잖아요. 도의원의 민원 창구 역할밖엔…."]

전북도의원 한 명이 가져다 쓰는 주민참여예산은 해마다 5억 원 안팎, 거듭된 지적에도 자성과 개선의 노력은 요원합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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