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자 판단 땐 ‘공을 세웠는가’를 따지지 말고 ‘국가 책임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강은·이홍근 기자 2023. 6. 1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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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 활동 마감하는 군사망규명위 송기춘 위원장
‘위원회 제 기능 못한다’ 비판에
“유가족 기대 충족엔 한계 있어
순직 심사 신청주의 벗어나야”

“군은 병사의 사망이 ‘명예로운 죽음’인지를 너무 도식적으로 판단합니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사진)은 지난 1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국방부 순직 심사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군은 병사가 ‘눈에 띄는 공을 세웠는지’를 뜻하는 명예성을 강하게 요구한다”면서 “순직을 판단할 때는 국가 책임이 있는지 여부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와 위원회의 순직 판단 관점이 달라 그 벽을 넘어서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고 했다.

군사망규명위는 군에서 벌어지는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조사 기관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활동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후신으로 2018년 9월 출범했다. 진정사건과 직권조사 사건을 합해 총 1832건을 조사했으며, 이 중 1129건(62%)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군사망규명위는 오는 9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군사망규명위 성과는 높은 편이다. 국방부가 군사망규명위 ‘순직 재심사’ 요청을 받아들인 비율은 90%가 넘는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경향신문이 만난 군사망사고 유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이었던 군사망규명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권고 수용률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위원회가 조사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방부가 받아들일 만한 사건 위주로 위원회가 순직 재심사를 요청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위원회 조사관들 구성이나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유족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군이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5년 전쯤) 군의문사 토론회에서 ‘군인의 자살도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게 정말 받아들여질지 비관적인 생각도 있었다”면서 “의외로 2015년 군인의 자살도 순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순직 심사가 신청주의(유가족이 신청해야 심사하는 원칙)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미순직 군인들을 대상으로 일괄 재심사를 해야 하는데 국방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망규명위는 1956년 사망한 군인 중 전사 또는 순직일 가능성이 있으나 미순직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위원회 활동은 3개월 후 종료된다. 송 위원장은 “법률상 기한이 도래했다고 해서 꼭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망 군인을 예우하기 위해 별도 조사 기구를 두는 것은 ‘보훈’을 중시하는 현 정부 기조와도 일치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유족들이 군 조사만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 위반 소지도 있다”며 “일차적으로는 군이 조사를 하되 독립 기구가 이를 재조사할 수 있도록 해서 권리 구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이홍근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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