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훈 MIT 석좌교수 “제조업 전방위 불지핀 미국...기계공학은 여전히 인기 전공”

이병철 기자 2023. 6. 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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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글로벌 기술포럼’ 기조강연
“굴뚝 산업 위주 한국, 미국이 촉발한 패권 경쟁 대비해야”
민간 생태계 만들고 인재 육성 필요
“다음 혁신 기술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천정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2023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에 참석해 국내 제조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철 기자

천정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14일 “제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빨라지는 만큼 기술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국이 한동안 관심을 두지 않던 소비재 제조업을 육성하면서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융합 분야) 전문가인 천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2023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에 참석해 국제 제조 산업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천 교수는 “전 세계가 자국의 제조 산업 육성을 보호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굴뚝 산업’에서 벗어나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새 기술을 개발하고 부가가치가 큰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1976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반도체 공정을 비롯해 첨단 제조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다.

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그간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소비재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반도체처럼 부가가치가 큰 산업에 투자를 늘려 왔다. 그 결과 미국이 전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17%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부터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처럼 철강, 자동차 같은 굴뚝 산업이 발전한 나라들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천 교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제조업만 보더라도 가치의 절반 이상이 설계에서 발생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인재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정부가 주도해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고 기업을 입주시키는 전략보다는 민간에서 필요에 따라 투자하는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정부 주도의 클러스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MIT 인근에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투자해 만들어진 클러스터들이 여러 곳이 있다”며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있고, 이들이 가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모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또 “정부가 지원하면서 산업적인 가치가 없는 기술을 계속 붙잡고 있는 사례가 있다”며 “이로 인해 기술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제조 분야 인재를 제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의대 인기가 높아지고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처럼 주목받는 분야에 인재가 몰리면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천 교수는 학생 중심의 교육 과정을 운영해 기계공학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MIT의 사례를 소개했다.

천 교수는 “MIT는 로보틱스, 제조, 에너지 중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덕분에 MIT는 여전히 기계공학이 인기 전공 중 하나로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산업계의 트랜드를 읽고, 한발 빠른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조 기술이 디지털과 결합하면서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다음의 혁신 기술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과거 제조업은 제품은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조립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더 복잡하고 품질이 좋은 제품들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다음의 혁신 기술을 찾고 선점하려는 노력이 있는 만큼 세계 동향을 잘 파악하고 다양한 기술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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