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노동정책 두고 충돌···야당 “노동자 적 규정” 정부 “적법 공권력 행사”
야당 의원들이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복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분신을 민주노총 건설노조 동료가 방조했다는 취지의 과거 주장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노조가 죽음까지도 자신들의 투쟁을 위해서 이용하려고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려고 하는 의도”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 총리는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거부했다.
고 의원은 “이렇게 몰상식한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 보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좀 때려잡는 게, (노조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편승해 지지율을 올리고 내년 총선에서 득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강제진압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진압이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경찰청 예규와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과잉 폭력 진압이 명백하다”며 “법치 운운하는 것이 불통 윤석열 정부 공권력의 현실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매우 참담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거를 안 하면 경찰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시 경찰의 진압 전 김 처장과 통화를 했었다며 “‘사랑으로 시작한 노동운동, 사랑으로 자애하면서 극단적인 행동들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과 김 처장은 한국노총에서 함께 활동해 친밀한 사이다. 이 장관은 이 의원이 부상당한 김 처장에게 사과할 의향을 묻자 “적법하게 불법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전면 불참을 결정한 데 대해 “이 부분을 부당하게 결부시켜서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시기가 되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작금의 폭력 유혈 진압 사태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노조를 혐오하는 데서 비롯됐다”며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편을 갈라서 지지층을 모으려고 하는 증오의 정치, 혐오의 정치로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무조정실 산하에 설치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에 대해 물었으나, 한 총리는 “제가 확인을 해봐야겠다”며 TF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총리가 운영하고 있는 TF를 모른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조만간에 포괄임금제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그 안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의원님이 발의한 ‘일하는 시민 기본법’ 같은 내용이 다 들어간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 산업화, 경쟁 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고 의원은 “정부 세수가 줄어드니까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 시장화, 민영화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약자복지라고 하면서 극빈자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는 신자유주의적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금 지원을 (보편적) 복지로 할 경우에는 취약계층으로 돌아가는 예산의 몫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돌봄서비스 같은 경우 재정으로만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의 창의와 기술을 도입해서 서비스 질도 높이고 양도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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