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양광 비리’ 엄벌하되 ‘신재생 확대’ 정책 흔들지 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라인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감사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에서 공직자들이 연루된 비리 혐의를 적발해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 지시는 감사원 조치와 별도로 공직자 직무 감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리는 철저히 수사하고 혐의가 드러난 이는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감찰 지시가 일부 독직성 비리를 문제 삼아 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부패 국정’으로 낙인찍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감사원이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이 태양광 업체가 로비한 부지를 불법 용도변경해주고 2년 후 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례도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 속 민관이 얽힌 복마전 행태가 적발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산업 생태계를 훼손한 중대 비리는 수사를 통해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감찰 지시 후 대통령실은 “감찰 결과에 따라 징계·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정부를 겨냥한 감찰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규모 사정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그러면서 “중대 비리는 감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설명은 공직 감찰 업무를 대통령실 내 감찰반이 맡고, 감찰 대상도 ‘사람’으로 한정한 대통령실 업무 직제규정(제7조)과 배치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전 정부 정책, 그것도 ‘의사 결정라인’을 감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이권 카르텔 비리’라며 줄곧 전 정부 공격용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미래 에너지의 중추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태양광 발전량이 한때 국내 전력 수요의 40% 선에 육박했고,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도록 한 규정) 시행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5%로 늘리겠다고 했다. 머잖아 국제 통상에서도 탄소세 장벽이 높아질 게 예고됐지만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실적은 거북이걸음이다. 언제까지 전 정권 탓만 하며 신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를 지체할 텐가. 공직 감찰이 원전 확대나 정치 보복용 소재로 활용된다면 ‘신재생에너지 죽이기’ 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각계 경고를 대통령실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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