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AI가 만드는 비틀스 신곡
지난해 6월25일 밤 영국 서머싯 글래스턴베리 축제에서 폴 매카트니가 부르는 ‘아이브 갓 어 필링’이 울려 퍼졌다. 곡이 후렴구로 치닫던 순간 객석에서 갑자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존 레넌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고, 이에 맞춰 매카트니가 듀엣처럼 노래를 한 것이다. 1970년 4월 비틀스 해체 후 52년 만에 성사된 두 사람의 합동 공연이었다.
매카트니는 레넌과의 합동공연을 위해 다큐멘터리 <비틀스: 겟 백>을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1980년 사망한 레넌의 목소리를 음반에서 추출해 무대를 꾸몄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잭슨 감독은 비틀스 팬으로 알려져 있다. <비틀스: 겟 백>은 그가 미공개 영상과 오디오 자료를 토대로 완성한 작품이다.
비틀스엔 ‘위대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1962년 결성돼 1970년 해체하기까지 비틀스는 가장 반짝이는 별이었다. 그래도 비틀스 멤버 중 ‘별 중의 별’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레넌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레넌이 남긴 미완성곡을 바탕으로 한 비틀스의 마지막 작품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올해 말 발표된다고 한다. 이전에도 레넌의 목소리에 연주를 결합해 신곡을 선보인 적이 있긴 하다. 이번 AI 작업 아이디어는 잭슨 감독이 <겟 백>을 작업하다가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잭슨 감독은 AI가 멤버들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소음과 분리하도록 학습시켰다. 어쨌든, AI 덕분에 우리는 레넌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 매카트니는 신곡 제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레넌이 1978년 작곡한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틀스 팬이라면 보물상자가 열리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국가와 민족주의, 자본주의와 맞섰던 레넌은 노래 ‘이매진’을 통해 상상은 의외로 강력하다는 것을 믿었다.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이 우리에게 동참하기 바라요. 그리고 세상은 하나가 되는 거죠.” 전쟁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지금, 그의 노래가 더욱 그리워진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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