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도 향후 금리 경로를 모른다…일단 강세장을 누릴 때[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의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시장 컨센서스와 일치했다.
지난 5월 CPI는 전월비 0.1%, 전년비 4.0% 올랐다. 지난 4월 CPI가 전월비 0.4%, 전년비 4.9%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대폭 완화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4%, 전년비 5.3% 올랐다. 근원 CPI의 전월비 상승률은 3개월째 0.4%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비 상승률은 지난 4월 5.5%에 비해 소폭 둔화된 것이다.
금리를 5.0~5.25%로 동결하되 근원 CPI 상승률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이후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란 예상이다.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연초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이는 최근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전망과 일치하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 5월 CPI가 발표된 후 이번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70% 남짓에서 거의 90%로 높아졌다.
반면 오는 7월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은 50%가 넘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멀티애셋 솔루선 담당 부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알렉산드라 윌슨-엘리존도는 연준이 "이번에 매파적 동결을 결정한 뒤 호주 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과 비슷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은 은행에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은행이 지불해야 하는 예금 금리는 은행이 받는 대출 금리만큼 빠르게 올라가지 않아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때 제로(0)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국채 금리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정책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MMF와 단기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은행 예금이 MMF와 단기채 등으로 빠져나갔다.
지난 3월에 실리콘밸리 은행(SVB)을 포함해 3개 은행이 문을 닫은 직접적인 원인도 이 같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때문이었다.
뱅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은행들의 평균 예금 금리는 연 0.25%지만 몇몇 은행들은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 4~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은 현재 인플레이션뿐만이 아니라 은행권에 미치는 파장까지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근원 CPI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일단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7월25~26일 FOMC 때까지 은행권 상황과 근원 CPI 동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15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로스앤젤레스 소재의 투자관리회사 페이든 & 라이겔의 이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클리블랜드는 연준이 한두 차례 금리를 동결한 뒤 금리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번은 물론 7월25~26일 FOMC 때도 금리를 동결한 채 지켜보다가 근원 CPI가 충분히 하락하지 않으면 9월 FOMC 때라도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인상하면 당장 2년물 같은 단기 국채 수익률이 5%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증시의 경우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면 금리 인상이 재개돼도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근원 CPI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9월이 돼도 여전히 근원 CPI의 전월비 상승률이 0.4%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연준이 다시 인상 모드로 되돌아갈 것이고 이 경우 시장에서는 '금리가 6%까지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은행권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5월 CPI에 환호하며 랠리했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시 경제, 특히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강세장을 누릴 때다.
하지만 근원 CPI가 하락 안정되지 않는다면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에 이어 연준도 언제든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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