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폭파한 北에… 정부, 사상 첫 손배소 제기

김예진 2023. 6. 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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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탈북한 국군포로 등 민간이 북한 국명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통일부는 1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불법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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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액 447억원… 서울중앙지법에 소장
3년 전 사건 내일 소멸시효 앞두고 소송
윤석열정부 대북관계도 법·원칙 적용
개성공단·금강산 등 추가소송 가능성

정부가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탈북한 국군포로 등 민간이 북한 국명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통일부는 1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불법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6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연합뉴스
구병삼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측 국유재산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인접한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 건물에 발생한 손해액은 각각 약 102억5000만원, 344억5000만원으로 합계 447억원”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이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민법상 당사자 능력을 가지는 비법인 사단으로 규정된다.

정부가 소 제기에 나선 건 16일로 대한민국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 시효인 3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구 대변인은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개소했다.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됐던 4층 건물을 86억3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관계 시설 개·보수에 97억8000만원 등 184억원의 우리 예산이 쓰였다. 향후 서울과 평양에 양측 대표부를 상주시키는 것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었다.

한때 남북 양측 당국자가 함께 상주하며 근무했으나 잠시였다.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 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한 북한의 불만 누적 등이 이어지며 2019년 3월 북측 인원이 철수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을 계기로 양측이 잠정 폐쇄를 공식 결정하고 상주 인원을 전원 철수했다. 총 운영기간은 1년4개월에 그쳤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년 전 북한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건과 관련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6월 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조선 당국이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연락사무소 폐쇄를 각오하라”고 항의했고 12일 후인 16일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는 노무현정부 시기 건설된 건물이나 연락사무소 폭파 때 전손 수준으로 훼손됐다. 정부는 투입 원가에 감가상각을 감안해 현재 가치를 손해액으로 추산했다.

정부 소송은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서 대화와 대립을 숱하게 오가면서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정부가 북한에 법적 조치를 실행에 옮긴 것은 윤석열정부가 남북관계에도 예외 없이 법과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기조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며 “북한은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나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올바른 남북관계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해 상호존중의 남북관계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부가 추가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공장을 무단 가동하는 정황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고, 금강산 관광구역 내 남한 시설을 무단 철거한 사실도 공개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우리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구체적 조치는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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