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국이 핵무장으로 기우는 이유

2023. 6.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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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근 예비역 공군대령·정치학 박사

◆북한 핵위협을 둘러싼 국내외 논쟁

현재 한국 내부에서는 북한 핵위협 대응과 한국의 핵무장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1) 한국은 핵무장을 해야 할 것인가, 2) 미국과 주변 강대국들은 과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진정 원하고 있는가, 3)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 억지력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4)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은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한 찬반론과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한 상태에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듯하다.

항공기, 전차 및 함정과 같은 재래식 무기로 북한 핵위협을 억지할 수 없을 것일 뿐만 아니라 억지가 실패하여 벌어지는 전쟁에서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이 북한과 인접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북한 핵위협 대응 차원에서의 미사일방어체계의 효용성 또한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이 북한 핵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방안은 독자적인 핵무장,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대북 억지력 의존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국민 가운데 독자적인 핵무장을 염원하는 비율이 76.6%(2023년 1월 한국갤럽 조사)에 달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은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도 미국이 제공해줄 것이라는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한미일 공조 유형의 대북 억지력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있어 보인다.

반면에 최근 윤석열-바이든의 워싱턴선언을 보면 미국은 한국이 자국이 제공해주는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한미일 공조 유형의 대북 억지력에 의존함과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미군대장 휘하 한미연합 지휘구조로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능력을 완벽히 통합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구하는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란 관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미-중 패권경쟁 측면에서의 한반도의 중요성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 노력에 대항하여 국제사회가 제대로 제재할 수 없을 것이란 관점도 없지 않다. 반도체와 같은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 노력을 국제사회가 제대로 제재할 수 없을 것이란 관점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한미일 공조 유형의 대북 억지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탄도미사일을 조만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의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둘째, 아태지역을 겨냥한 소련의 남진 노력을 미국과 한국이 휴전선 부근에서 억지하던 냉전 당시 일본은 무전기와 같은 군사 장비를 북한에 수출하는 등 한미일 공조를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닉슨 대통령이 공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본이 오늘날 북한 핵위협 대응 운운하며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중국 위협이 대거 부상한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일본이 중국 위협 대비 차원에서 북한 위협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강조하는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의 대북 억지력 구축이 중국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한 것은 아닌가? 오늘날 미국은 패권경쟁 차원에서, 일본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를 놓고 중국과 일전도 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으로 보인다. 한국이 중국과 일전도 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미국과 일본이 말하는 대북 억지력 구축 차원에서의 한미일 공조가 한국을 중국과 자국의 싸움에 연루시키기 위한 성격은 아닐까? 미국과 일본을 대신하여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기 위한 성격은 아닐까? 이 같은 우려들이 한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미국이 강조하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다음에서 보듯이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불신이 가시질 않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핵무기가 지구상에 출현한 1945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확산과 비확산을 주도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미국 정부는 핵무기 확산을 저지, 지연, 관리하거나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촉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바 있다. 핵무기 개발을 고려하는 모든 국가는 개발을 시작하기 이전에 미국의 가능한 반응을 심각히 고려해야 했다.

오늘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국가의 핵무장을 허용해줌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손실과 비교하여 저지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이 핵무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적국이 이들 국가의 핵무기 개발 노력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이들 국가에 첨단 재래식 전력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핵무장하는 과정에서는 미국의 많은 지원이 있었다. 미국은 인도의 핵무기 개발 노력을 적어도 묵인해주었다. 그러면 북한은 어떻게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미국이 지원 또는 묵인해준 경우는 아닐 것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노력을 저지할 능력이 없어서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관점이 있다. MIT 공대의 비핀 나랑(Vipin Narang)은 북한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지 또는 역행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항하여 중국이 보호해주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Vipin Narang, Seeking the Bomb: Strategies of Nuclear Proliferation, p. 225, Princeton University Press, Kindle Edition.)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하여 세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미-중 경쟁이 고조되기 이전인 2000년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염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까지만 해도 남북통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무장 하는 경우 핵무장 한 통일한국의 출현으로 일본이 핵무장 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이처럼 핵무장한 일본이 매우 위협적일 것으로 중국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미국은 무력 타격을 통해 북한 핵무장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과 비교하여 국력이 상당히 열세했던 중국이 미국의 북한 핵시설 무력 타격 노력을 저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

셋째, 북한이 요구한 북미외교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했더라면 중국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한편, 북한이 장사정포로 서울을 타격하여 엄청난 인명을 살상할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북한 장사정포 위력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관점도 없지 않다. 첨단 스텔스기를 포함한 막강한 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한미연합군의 경우 북한 장사정포를 개전과 동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능력이 없어서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어 보인다.

반면, 미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약했다는 관점도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1993년 당시 미국의 육군, 해군 및 공군 참모총장들은 북한 비핵화가 미국 입장에서 '사활적인 이익(Vital Interests)'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전쟁도 불사하며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미국 입장에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여 한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시기인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 행정부 말기까지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그러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원래 비핵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미국이 북한 비핵화 의도가 없었음을 암시하는 주장들도 적지 않다.

미 외교협회 연구원 스콧 스나이더(Scott A. Snyder)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은 북한과 비교하여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대칭 능력 개발, 특히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개발을 강조한다는 사실이 향후에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보장해주는 신빙성 있는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한 적이 있다. (Scott A. Snyder, South Korea at the Crossroads: Autonomy and Alliance in an Era of Rival Powers, p. 211, Columbia University Press, Kindle Edition.)

미 외교협회 연구원 미라 랍 호퍼(Mira Rapp-Hooper)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냉전 종식 당시에는 미군의 지속 주둔 문제가 한국과 일본에서 이미 주요 문제였다.…외교적 자율성에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어느 행정부도 미국의 안보 보장 필요성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 야욕이 동맹 유지 필요성 관련 새로운 명분을 제공해준 것이다." (Mira Rapp-Hooper, Shields of the Republic: The Triumph and Peril of America's Alliances, p. 115, Harvard University Press, Kindle Edition.)

◆주변국들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 이들 국가의 본심과 국제정치 역학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는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자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의 부상 저지를 가장 중요한 안보 목표로 간주한다. 지난 200여 년 동안 미국은 이것을 가장 중요한 안보 목표로 삼아왔다.

미국, 일본, 중국 및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한반도를 자국 입장에서 '전략적 이익'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이들 국가가 한반도에 대한 모든 영향력이 적성국으로 넘어가는 경우 패권 경쟁 측면에서 상당히 불리해진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이유로 이들 국가는 한반도 통일과 관련하여 매우 복잡한 계산을 하게 마련이다. 통일한국이 자국 입장에서 각각 적성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미국과 한미동맹을 지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남북통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통일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곤란해질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통일 관련 계산이 복잡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장 하지 않는다면 남한과 북한이 통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재 관련 강대국들이 핵무기 없는 북한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중국과 교류를 추구하면서도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기 위하여 '포용 그러나 대비(Engage but Hedging)'란 대 중국 전략을 견지해왔다. 이 같은 전략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본심은 무엇일까? 북한이 핵무장 하지 않아 한반도가 통일되면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어려워지고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질 때, 중국의 부상 가능성에 대비하여 추구해온 '포용 그러나 대비'라는 미국의 핵심 전략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면서 본격적으로 핵무장을 시작한 2003년 이후 미국은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 국가들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게 하는 한편,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논리를 추구해왔다.

북한 붕괴로 남북이 통일될 가능성을 우려하여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러시아의 대북제재가 북한 비핵화를 강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관점도 없지 않다.

북한 핵의 CVID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가능한 경우에도 북한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성격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반복적으로 동원한 수단과 대북 접근 방안은 결코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었다는 주장이 미국 내부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점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미국의 전략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재 중국, 러시아, 일본 또한 남북통일과 북한 비핵화 관련 복잡한 계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각국이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이익의 의미가 있는 한반도란 완충지대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핵무장: 한국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

오늘날 한국의 주변국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이 상당한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곧바로 상당히 많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느 국가도 핵무장한 국가를 직접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격하면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자국 영토가 핵무기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미국은 중국의 패권 부상 저지 차원에서 중국과 일전도 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중국, 일본, 미국은 핵을 가진 상대방 국가에 대한 실제 군사적 공격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계산된 국지전이나 예기치 못한 확전에 의하여 긴장의 한복판에 놓인 한반도로 그 불씨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핵무장 하지 않은 한국이 동북아지역에서의 이들 국가의 전쟁에 연루되는 경우, 한국 국민의 재산과 안전은 어떻게 될 것이며 한국의 생존과 평화는 누가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가?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핵무장에 극구 반대하는 한편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가 자국을 대신하여 유사시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한국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자적인 핵무장 이외에 한국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96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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