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싱하이밍 문제`, 원칙 갖고 대처하되 악화 안 되게 관리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도발적 발언이 도화선이었다.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것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싱 대사의 발언 이후 양국이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분위기다. 14일에도 이같은 강경 기류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싱 대사의 발언은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정치권 신경전은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여야는 이날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이번 방중이 명백한 국격 훼손 행위라며 "중국의 심기를 살피기 위한 조공 알현 외교"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한중 간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한 야당 차원의 노력"이라며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일정이라고 맞받아쳤다.

여당 내에선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조치가 추진된다면 한중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한중 관계에 평지풍파가 일면서 기업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기업들,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혹시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는 형편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미국까지 개입하며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압박 전술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중 관계가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우리 정부는 타국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고 관계 파탄까지 간다면 한중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당장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북핵, 한중일 정상회담 등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사안도 쌓여 있다. 중국 정부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호혜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철저한 국익 관점에서 상황이 더 이상 악화가 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때다.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과도하게 삼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교한 관리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