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文정권·시민단체 공생관계가 비리 키웠다

2023. 6.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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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6월 4일 대통령실은 비영리 민간단체(이하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지원한 시민단체 보조금은 약 6조8000억원에 달하고, 수혜단체는 1만2000개에 이른다. 그 중 1865건 약 314억원의 부정 및 비리를 적발해 수사 의뢰 또는 감사원 감사 등의 조치를 취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부정과 비리가 있었음을 개탄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국고보조금 총액의 증가추세다. 확정된 예산을 기준으로 2019년 77조9000억원 규모였던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말에 편성된 2022년 예산에서는 102조원을 넘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예산보다 훨씬 더 많은 보조금이 실제 책정되고 집행되었다는 사실이다. 2019년 예산현액(이월액 포함 전체 예산)은 82조7000억원이었고, 실제 집행된 예산액은 73조9000억원이었다. 2022년에는 예산현액이 무려 150조6000억원이었고, 집행실적은 130조2000억원이었다.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예산은 매년 미집행 금액이 남았음에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이를 소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써왔음에도 다 쓰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시민단체 지원금은 사실상 눈먼 돈으로 먼저 쓰는 놈이 임자였던 셈이다.

대통령실이 적발한 비리와 부정 액수는 비율로 보면 전체 보조금의 0.46%에 불과하다. 따라서 언론 보도는 진짜 중요한 핵심을 벗어났다.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의하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행정안전부와 시도지사에 등록할 수 있고, 등록된 민간단체의 목적과 관련한 공익활동을 위한 국고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100인 이상 규모의 단체가 일정 기간 이상 활동하고 회원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공익활동을 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무엇이 '공익'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냐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진보좌파 성향의 정부로서 수많은 시민단체를 지지기반으로 했다. 시민단체가 대부분 자신의 지지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정치적 생태계의 특성으로 인해 매년 막대한 규모의 지원예산이 남아돌았지만, 이를 삭감하지 않고 오히려 증액해 갔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 예컨대 북한인권 단체나 탈북민 단체 등에 대한 지원에는 인색하여 그들에 대한 지원금은 대폭 삭감해 왔다.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는 정치권이나 사회 주도세력에 대한 건강한 견제와 비판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의 공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대부분 사단법인으로 회원들의 회비와 그 목적에 공감하는 일반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정부의 국고보조금에 의존하는 시민단체는 더 이상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고보조금이 대폭 증가한 것은 시민단체 출신의 인사들이 대거 정부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출세 기반이 된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그처럼 많은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참여해 요직을 차지한 적이 있었던가. 그들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와 관계없이 이런 정황만으로도 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매년 책정된 예산을 다 쓰지도 못했는데도 그처럼 가파르게 증가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고보조금 지원 실태에 대한 점검을 통해 불법, 비리, 부정을 적발해 내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의 혈세를 지킨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의 시각이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생구조를 없애 혈세를 빨아먹는 기생 시민단체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추진돼야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언론도 부정·비리만이 아니라 보조금을 지원받은 단체의 활동이 정말 우리 사회의 진정한 '공익'에 부합했는지와 가치편향적 지원의 문제를 지적해야 이번 국고보조금 이슈는 더욱 그 의미가 부각될 것이다.

끝으로 모든 시민단체가 이처럼 정치권에 기생하여 국고보조금을 축내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당수는 시민단체 본연의 임무를 건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제에 정치권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진정한 공익활동에 국고보조금을 제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감시체제도 확립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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