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출석한 트럼프 "당선되면 바이든 특검"
기밀 반출 37개 혐의 부인
법원 "도주위험 없다" 석방
지문 찍고 머그샷 촬영 안해
트럼프 "악랄한 권력 남용"
기소에도 공화당 지지 높자
질 바이든 "충격적" 비판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석해 기밀문건 반출과 관련한 37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의 변호사 토드 블랜치는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에게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과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취득한 핵무기 현황 등 국가 기밀문건을 무더기로 불법 반출해 퇴임 후 마러라고 자택 곳곳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은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으로 가는 길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녀사냥, 미국 역사상 슬픈 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법원 앞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놓고 수백 명이 찬반 시위를 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피고 측에 앉아 얼굴을 찌푸린 채 팔짱을 끼고 침묵했다. 조너선 굿맨 판사는 기소절차상 이날 체포돼 구금 상태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주 위험이 없다"면서 그가 출석한 지 45분 만에 석방을 결정했다. 굿맨 판사는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보좌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서로 소통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날 나우타 보좌관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속도감 있는 재판을 예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잡한 기밀 증거 처리 과정을 감안할 때 정식 재판이 시작되려면 1년 안팎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서기 직전에 지문을 찍었지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은 촬영하지 않았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연방검찰에 형사 기소된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연방법원 출석도 초유의 일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용으로 회삿돈을 비밀리에 지급한 혐의로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지검에서 기소당해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나온 뒤 인근 쿠바 식당인 '베르사유'에 찾아가 "모든 음식을 사겠다"며 한턱 쏘면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일부 지지자는 14일에 77번째 생일을 맞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트럼프를 감옥으로"라고 외친 한 여성은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저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또 다른 대선 조작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또 그는 내년 11월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정치 보복을 시사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침묵 중인 가운데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직접 맹공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12일 밤 맨해튼에서 열린 내년 대선 모금 행사에 단독으로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에 "충격적"이라며 "그들은 기소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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