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구 환경 보호와 원자력

2023. 6.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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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에 참여했다. 오른손 검지로 1, 왼손 손가락을 말아 엄지에 붙여 0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후 다른 사람을 지목해 확산시키는 캠페인이다. 종이컵, 스티로폼 접시, 플라스틱 포크 등 일회용품 남용에 따른 자원 낭비와 지구 환경 훼손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필자는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생태계 악화가 인간에게도 위협이 될 거라는 인식하에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 생활은 더 편리하고 안락해져왔지만, 지구 자원 사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하 광물 자원, 화석 에너지 자원,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식품 자원 등 다양한 자원 이용의 막대한 증가는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는 부산물의 증가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것이 석탄이다. 석탄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발생의 주요인으로 인간 건강에 위해를 주고,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가스는 석탄보다 건강이나 환경 위해 정도는 약하지만 2차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생성과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갖는 메탄 유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원은 환경친화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 설비 제작에 드는 광물 자원과 에너지 양, 수명을 다한 설비의 안전한 폐기 처분에 따른 환경 부담은 아직 정량적으로 산출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단위 에너지 생산량당 환경 부담은 상당할 것이다.

원자력도 사용후핵연료라는 폐기물을 남기지만 화석 에너지와 다르게 그 폐기물은 환경으로 바로 배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관리된다. 발전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에너지다. 원자력은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생산한 에너지에 비해 발생한 폐기물의 양도 극도로 적다. 많은 사람이 사용후핵연료가 양이 적더라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기 때문에 환경에 더 위해를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5㎝ 두께의 구리 용기에 사용후핵연료를 담아 지하 500m 암반에 처분하면 수천 년 동안 지구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로 이미 핀란드에 사용후핵연료 지하 처분장이 건설되고 있고 스웨덴에서도 곧 착공될 예정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원자력이야말로 지구 환경 보호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도 육성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원자력 폐기물을 지구 환경에 위해 없이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으려면 현재 국회 심의가 정체돼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가 크게 확산해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이에 따른 개개인의 실천이 강화되길 바란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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