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조사 받겠다던 선관위 돌변…말로는 `협조`, "현장조사 못해"
권익위 기자회견 열고 "현장조사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 자세"
선관위 "감사원-권익위 조사 겹쳐, '조율필요' 의견제시 했을뿐"
전·현직 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비판의 도마에 오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채용·승진 사례 전수조사를 받기로 했다가 돌연 권익위의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고 권익위가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선관위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권익위의 지적을 반박했다.
선관위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 단장을 맡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관위와 17개 지역 선관위에 현장 조사를 나갔는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수용을 이유로 권익위 조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익위 조사 인력이 제주도까지 나갔는데, 전혀 조사할 수 있게 협조하거나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지난 1일 권익위와 경찰청, 인사처 인력으로 총 33명의 채용 비리 전담조사단을 꾸려 지난 7년간 선관위의 채용·승진 기록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히자, 중앙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는 협조하되, 감사원 감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지난 9일만 해도 선관위가 조사에 협조하며 자료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정작 본격적인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선관위가 태도를 바꿔 권익위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정 부위원장은 "앞서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해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나"라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감사가 아닌 직무감사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갈수록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9일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미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조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관위의 권익위 조사 불응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진정으로 자신들의 부패 행위를 밝히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냐"며 "조사에 대한 비협조는 공정과 정직을 생명처럼 지켜야 하는 선관위가 선거 사무의 중립과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오로지 조직의 부패와 무능을 숨기고 구성원의 불법적 이익을 위한 방패로 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부분 수용을 결정하면서 동시에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감사는 받겠다면서도 감사원에 선관위 감사권이 있는지 헌재의 결정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회견 후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에 관해 선관위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감사원 감사가 권한이 없는 자의 감사고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 시행 근거가 된 법인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에서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더라도 권익위가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권익위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오늘(14일)부터 중앙 및 지역 선관위에서 현장조사를 시작했는데 권익위도 같은 날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현장조사 기간이 겹치면 비효율적이니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기관이 조사 범위와 일정을 별도로 협의하면 선관위도 실태 조사에도 협조할 것"이라며 "조사 거부는 결코 아니다. 권익위가 요청한 자료는 이미 대부분 제출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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