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양 위해 단기금리 인하…시장은 "더 강한 정책 필요"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6.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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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중국이 재정과 통화 정책을 총동원해 경제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5% 안팎)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14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역레포)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역레포 금리 인하는 지난해 8월(0.01%포인트) 이후 10개월 만이다.

역레포 금리 인하에 이어 13일 저녁에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도 0.1%포인트 낮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금리 인하가 인민은행이 쏘는 전면적 통화 완화 기조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과거에도 역레포 금리 인하 이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와 대출우대금리(LPR) 인하가 발표됐던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그룹은 "향후 며칠 동안 경기 부양 신호를 주기 위해 더 많은 통화 완화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도 기대치를 밑돌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인민은행은 5월 신규 위안화 대출이 1조3600억위안(약 2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8억위안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달(7188억위안)보다는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1조6000억위안)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사회융자총량도 전달 대비 1조5600억위안 늘어났지만 시장 전망치(2조1300억위안)를 대폭 하회했다.

신용지표뿐 아니라 실물지표도 부진한 모습이다.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으며, 5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실적도 4월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4.6%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이르면 6월, 늦어도 3분기에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인민은행이 이달 MLF와 1년물 LPR을 각각 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출 수요 회복을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경제 연구원은 "대출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10bp(0.1%포인트) 수준의 인하는 큰 영향을 미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금리 인하 외에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체 추산 모델에 근거해 "MLF 금리를 10bp 인하해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2023년 성장률은 0.1%포인트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결국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루팅 노무라홀딩스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 당국과 국민 모두가 경제 회복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며 "더블딥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금리 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순차적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쏟아낸다는 계획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각 부처는 지난 13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금 감면, 중장기 대출 확대, 기업의 인건비 압박 완화 방안 등을 담은 22가지 경제 조치를 발표했다.

당국은 먼저 올해 말까지 월 매출 10만위안(약 1780만원) 이하 소규모 납세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과학기술 혁신이나 중점 육성 산업망 분야 등에 대해서도 세금 감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해 경영 주체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확대를 통해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는 소식에 유가는 급반등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30달러(3.43%) 오른 배럴당 69.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4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마감한 것이다.

올해 초 시작된 중국의 리오프닝은 유가 반등을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혀왔다. 다만 작년 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망감으로 올해 원유 가격은 예상과 달리 약세를 그려왔다.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자 원유 시장도 이에 반응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로비 프레이저 슈나이더일렉트릭 글로벌리서치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중국의 경기 부양 조치가 유가에 새로운 지지력으로 작용했다"며 "이번주 인민은행의 예상치 못한 금리 인하와 같은 중국 당국의 노력으로 앞으로 더 완화적인 정책이 더 강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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