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 칼럼] 김명수 사법부 6년의 '그늘'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6. 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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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휘둘려 법원 독립 훼손
편가르기 인사로 갈등 조장
이념적 판결에 재판 지연도
과오 반성하고 사조직 없애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7월 퇴임하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자체를 보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자신과 가까운 후보들을 피해 중도 성향 후보들을 택한 것이다. 두 후보가 국회 인준을 거쳐 임명되면, 진보 성향 대법관은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 문재인 정권과 김 대법원장이 구축한 '대법원 진보벨트'가 허물어지면서 사법부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당시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권의 심기를 살피느라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외면했다. 한 전직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법원을 한뜻으로 모으기보다 편 가르기식 인사와 이념적 판결로 갈등을 유발하고 미숙한 사법행정으로 재판 지연까지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을 대거 요직에 앉혔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계기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하며 동료 판사 탄핵을 촉구하는 등 김 대법원장 체제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일부는 그 공로로 청와대에 입성하거나 공천을 받아 금배지까지 달았다. 게다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김 대법원장은 문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유로 후배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해 '탄핵 제물'로 내몰았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권력남용이 아닐 수 없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이민자 망명 제한'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를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것과 대비된다.

'편중 인사'는 대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현 대법관 14명 중 7명이 우리법·국제인권법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다. 이처럼 대법원이 한쪽으로 기울다 보니, 전원합의체에서 비상식적 판결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전교조 법외노조처분 무효 판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공표 무죄 판결,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제재 위법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법률의 최종 해석기관인 대법원이 객관적 잣대보다 특정 이념과 성향에 따라 미리 결론에 짜맞춘 듯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나 다름없다. 미국 법 철학자 러니드 핸드의 경고처럼 사법권 독립을 마치 개인적 주관과 생각으로 세상을 계몽할 수 있는 권한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야당 인사들에 대한 '늑장 재판'도 황당 자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사건은 1심 판결에 3년1개월, 윤미향 의원(무소속)의 후원금 횡령사건은 2년5개월이 걸렸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기소된 지 3년6개월이 됐는데도 1심에 머물러 있고, 월성원전 사건도 2년째 1심 재판 중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이 무색할 정도다. 반면 조국 감찰무마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2심 후 9개월 만에 징역형이 확정돼 현직을 잃었다. 법원이 '우리 편은 옳고 상대편은 틀리다'는 확증편향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법과 양심의 최종 수호자인 대법원장이 외압을 막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휘둘리면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 대법원장은 이제라도 과오를 반성하고 사조직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도 해체해 사법부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나름 사법개혁과 변화를 자부해온 김명수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와 존중은 못 받더라도 '흑역사'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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