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인어공주' 안보면 인종차별?
"부수지 않으면 세울 수 없다. 먼저 부수고 다음에 세운다(不破不立 先破后立)."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홍위병들은 중국의 찬란한 유물·유적을 파괴했고 문화예술 전반에서 숙청과 억압, 검열을 자행했다. 봉건시대의 유산과 '가진 자들'의 문화가 마오쩌둥의 이념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국 문화를 퇴행시켰던 홍위병의 논리는 현시대에도 재현되고 있다. 콘텐츠의 내용과 구성이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에 복종해야 한다는 'PC주의'가 그것이다. PC는 인종, 종교 등에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이념이다.
최근 개봉된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대표적 사례다. '인어공주'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흰 피부에 붉은 머리를 가졌던 주인공 역에 흑인 배우를 기용해 논란이 일었다. '인어공주'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PC주의'에 경도된 디즈니가 원작의 재현도, 새로운 작품의 창조도 아닌 괴작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모를까,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며 주인공의 피부색만 바꾼 것은 이념에 맞춰 원작을 훼손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념에 매몰된 무리수는 흥행 참패로 이어지고 있다. 작위적 구성으로 관객에게 외면당한 '인어공주'는 전 세계에서 수조 원을 벌어들인 '알라딘' 등 다른 디즈니 영화와 달리 손익분기점도 못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받는다. 수년째 바닥을 기던 디즈니 주가는 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인어공주'가 개봉한 후 더 하락세에 빠졌다.
일부 서구 언론에서는 '인어공주'의 관객 수가 한국과 중국에서 적은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당치도 않은 주장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피부색이 아니라 피부색을 작위적으로 선택한 정치색이 불편할 뿐이다. 이념의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진단하는 것은 간편하지만 세상은 한 가지 색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홍위병의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PC가 잣대가 되는 영화판도 삭막할 것이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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