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 시작···야당 측 위원은 항의하고 퇴장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제19차 위원회를 열고 방통위 사무처가 위원회에 보고 안건으로 낸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접수했다. 해당 보고 안건 접수 여부를 놓고 3인 위원이 표결해 2대 1로 가결했다.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은 찬성했으며 야당 측 위원인 김현 위원은 반대했다. 김현 위원은 김효재 직무대행이 표결을 강행하자 퇴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정원 5명 중 3명만 참석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되면서 위원장은 공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안형환 전 상임위원(부위원장)의 후임으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는 방송법 시행령 내용을 개정해 KBS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하는 안을 추진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의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있다’를 ‘행해서는 아니 된다’로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김현 위원은 방통위 사무처가 ‘졸속 보고’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지난 8일 방통위에 대통령실의 권고가 전달된 이후 6일 만에 시행령안을 보고하는데, 이런 예가 있느냐”라며 “향후 의견 수렴 과정, 위원회 논의 일정 등에 대한 충분한 숙의나 검토도 없이 보고 안건으로 접수하는 것이 졸속이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접수를 유보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라고 요구했다.
이상인 위원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논의를 통해 국민, 전문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예”라며 보고 안건 접수에 찬성했다. 이 위원은 “2009년에서 2015년까지 KBS 이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두 차례 수신료 인상안에 찬성했으나, 방만 경영 행태 등 국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반드시 개선할 것을 요구한 적 있다”라며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내용의 지적이 나오는데, KBS는 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효재 위원이 찬성 의사를 밝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보고 안건으로 접수됐다. 김 위원은 “이상인 위원은 원안에 동의했고, 김현 위원은 (접수를) 유보해달라고 했다”라며 “합의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 위원은 “법률과 헌법을 무시하고 회의를 진행하라”며 퇴장했다.
김현 위원이 퇴장하고 남은 위원 두 사람은 김효재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호선했다. 김효재 위원은 임기 만료일인 오는 8월23일까지 부위원장직을 맡는다.
방통위는 이달 중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 의견수렴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방통위 의결,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까지 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3개월 내로 개정이 완료된다.
KBS는 이날 낸 성명에서 “다른 경쟁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원 수신료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최상의 효율이 입증된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라며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이날 낸 성명에서 “방통위 설립 이래 이런 기형적 구조에서 논란이 큰 안건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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