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총리가 라디오 영업사원
1962년 11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안으로 들어간 이케다 하야토 당시 일본 총리 손에는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 있었다. 이케다 총리는 그 라디오를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넸다. 양국 정상회담이 끝난 후 드골은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총리가 마치 트랜지스터 세일즈맨처럼 굴더군요." 칭찬이 아닌 조롱이었다. 드골은 '위대한 프랑스'를 기치로 핵무기를 개발하며 미국과 맞선 인물. 일본 총리가 자국 상품 세일즈에 열을 올리는 게 국가지도자의 격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라디오는 당시 세계로 웅비하기 시작한 소니가 만든 제품. 트랜지스터는 미국이 개발했지만 이를 소비자 가전에 적용해 세계를 제패한 건 소니였다.
소니의 성공 뒤에는 외국 정상으로부터 조롱조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열렬히 자국 제품을 팔기 위해 동분서주한 총리가 있었다. 프랑스 대통령 눈에 총리가 라디오 영업사원으로 보인들 무슨 상관인가. 일본은 패전을 딛고 프랑스를 압도하는 경제 대국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음주에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다고 한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 지원이 목적이다. 20일에는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세계박람회기구(BIE) 파리 총회에도 참석한다. 21일에는 공식 리셉션을 개최해 총회 참석차 파리에 온 각국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 제품을 세계에 팔기 위해 가장 앞서 뛰겠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나섰으니 부산의 매력을 제대로 세계에 세일즈해 줬으면 한다. BIE 총회에서는 179개 회원국 대표들 앞에서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들이 경쟁 프레젠테이션(PT)도 할 예정이다. 치열한 유치 전쟁이 불가피하다. 총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전 세계 대표들로부터 '부산의 진짜 세일즈맨'이라는 감탄을 받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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