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중 앞 美中 기싸움…“간섭 중단” vs “소통 유지”

이윤상기자 2023. 6.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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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외교수장이 14일 전화 통화를 갖고 대만 문제를 비롯한 양국 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2월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방중이 전격 연기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18일경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진 통화다. 이 자리에서 친강(秦?)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미국은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블링컨 장관은 “양국이 판단 착오와 충돌을 피하려면 소통 라인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히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만과 공동 무기 개발도 요구했다. 현실화된다면 미중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美中 고위급 외교 채널 가동됐지만…

중국 외교부는 친 부장과 블링컨 장관이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밝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친 부장은 “연초 이래 미중 관계가 새로운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했고 그 책임 소재는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2월 초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사태를 겨냥해 미중 관계 악화를 미국 탓으로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친 부장은 이어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며 “미국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경쟁을 명분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양국이 판단 착오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책임감 있게 미중 관계를 관리할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미 국무부가 전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다양한 양자 간 문제와 글로벌 문제를 언급했고, 미국은 잠재적인 협력 영역뿐만 아니라 우려 영역을 제기하기 위해 외교적 관여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블링컨 장관 방중을 앞두고 미국이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엘런 미 재무장관도 13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출석해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중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경제적 피해를 입힐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은 일단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 내정’이라며 ‘레드라인(Red Line·양보할 수 없는 선)’을 강조함으로써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 美하원 군사위 “北미사일 위협 증대 우려”

미 야당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 및 군사위 7개 소위원회는 12일 홈페이지에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초안 및 소위별 수정안을 발표했다. NDAA는 내년도 미 국방예산안과 미군 주요 사업 방향을 담은 법안이다. 상·하원에서 각각 의결한 뒤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한다.

로저스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NDAA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의 전례 없는 위협 대응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NDAA 초안에는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 및 대만 방어 지원이 크게 강화됐다.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대만에 대한 무인기, 대전차 미사일 같은 비(非)대칭 전력 지원을 강조하면서 대만과의 공동 무기 개발을 추진하도록 국방부에 요구했다.

초안에는 “군사위는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 증가를 우려한다”며 미 본토 방어를 담당하는 글렌 밴허크 미군 북부군사령관 의회 청문회 증언을 인용했다. 밴허크 사령관은 올 3월 청문회에서 북한이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괴물 ICBM’ 화성-17형을 공개했다며 “그들(북한)이 제한적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역내 능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 미사일방어청장에게 내년 3월 1일까지 북한 미사일 대응을 위한 본토 미사일 방어(MD) 강화를 위한 비용 및 개발 시간표 등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이윤상 기자 yy27@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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