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혁신위원장 선임 못하는 민주당···혁신위 권한 등 당내 공감 부족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이 혁신기구 구성을 약속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새 혁신위원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 5일 이래경 혁신위원장 임명이 9시간 만에 좌초되자 이번엔 새 후보들을 신중히 검증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한 달간 머뭇거리는 사이 최근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방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혁신위는 출범도 하기 전부터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혁신위원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위원장 인선 절차가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장단점을 비교하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준비 과정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을 새 혁신위원장 최종 후보로 추린 상태다. 당 관계자는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좌초된 상태에서 또다시 인사 참사 논란이 불거지면 큰 책임론이 일 수 있기에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 상대로 의견 수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가 2021년 이낙연 전 대선후보의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에 합류한 이력이 있다. 앞서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 등으로 9시간 만에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이사장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이력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이 대표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다만 배우자의 별세로 주택을 상속받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아이들이 커서 자기 재산을 어떻게 할지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처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언론 기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 등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에 합류한 이력이 있다. 국민의힘이 김 전 총장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으면서 국민통합위원회에서 물러났다. 당에 쓴소리를 해온 김 전 총장이 세 후보 가운데 후순위로 밀렸다는 전언도 들린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혁신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자성이 나왔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창당의 각오로 국민께 혁신을 약속했던 것이 딱 한 달 전 쇄신 의총이었지만, 그 귀한 한 달의 시간을 허송했다”면서 “이번 혁신위는 총선 전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송 최고위원은 “적당한 혁신을 적당히 눈감아줄 국민은 이제 없다”며 “혁신은 철저히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송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민주적인 정당에서 의견이 다양한 건 너무 당연하다”며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혁신위 출범을 앞두고 ‘방탄 논란’을 자초하면서 혁신 동력이 떨어졌다는 당내 지적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전당대회 돈봉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을 반성하겠다면서 혁신위 구성을 약속해놓고 그 취지를 저버린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혁신위가 꾸려진들 우리가 ‘방탄’ 해놓고 국민에게 어떻게 반성하고 혁신한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혁신위를 얼마나 빨리 출범시키는지보다 혁신 방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이재명계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뭘 할 것인지, 권한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아무런 공감대가 당내에 없는 상황에서 위원장만 급하게 선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우리가 바꿔야 혁신 대상이 뭔가. 내로남불, 팬덤정치, 방탄정당 이런 민주당에 씌워진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것이냐가 핵심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이고 국회의원도 당원들의 탄핵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당원 소환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혁신위 구성을 두고도 “혁신위에 국회의원이 포함되는 것보다 당원 중심으로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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