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하며 멍멍…캐스퍼와 함께 '견생샷' 건졌어요

이승훈 기자(thoth@mk.co.kr) 2023. 6.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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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가족+반려견 캐스퍼 캠핑
생각보다 넉넉한 공간에 만족
가속력 좋고 정숙성도 합격점
뒷좌석 접으니 차박 공간 변신
휠핑리 캐스퍼마을에서 한 참가자가 반려견과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다. 현대차

집에 '모찌(반려견 이름)'가 들어온 지 3년이 지났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가 가족여행이었다. 집에 혼자 두고 갈 수는 없고, 근처 애견호텔 등을 이용하는 것은 가족의 반대가 컸다.

그나마 과거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었던 장모님 찬스를 가끔 사용할 수 있었지만, 너무 자주 부탁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모찌를 처가에 남겨 놓고 갈 때마다 슬픈 눈망울로 "나 버리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라 여행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에 반려견과 함께하는 현대자동차의 '휠핑(Wheelping)' 행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덥석 신청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차' 싶은 부분이 생겼다. 모든 것은 끝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캐스퍼와 함께 하는'이라는 문구를 건너 뛰어 읽는 '대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가족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대명사인 캐스퍼에 올망졸망 앉아서 이동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캐스퍼 얘기를 쏙 빼고 가족 중 참석자를 모았다. 모찌와 함께한다는 얘기에 가족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당첨은 중학생 아들. 여기에 모찌를 포함해 인원을 맞췄다. 하지만 불쑥 아내가 참석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가족이 다 떠나는 캠핑에 본인이 빠질 수 없다는 것. '인원은 2명이 원칙이고 잠자리가 불편할 것'이라는 설득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점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현대차 캐스퍼가 휠핑리 캐스퍼마을로 꾸며진 춘천 캠핑장에 들어서고 있다. 현대차

할 수 없이 온 가족이 캠핑에 나섰다. 캐스퍼 차량을 인수하기 위해 경기도 하남스타필드로 가는 길에 가족들에게 이실직고를 했다. 캐스퍼를 타고 춘천의 캠핑장으로 1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연실색했던 아내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차량을 야외주차장에 세워둔 뒤 행사 진행 측에서 캐스퍼 키를 받아들었다. 한번 시승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차에는 쉽게 적응했다. 가족차인 7인승 대형 SUV에서 하나씩 짐을 꺼내서 캐스퍼에 차곡차곡 실었다.

의외다 싶을 정도로 수납공간이 나쁘지 않았다. 트렁크에 중형 아이스박스와 캠핑의자를 넣고, 간단한 옷가지 등이 들어 있는 짐도 올려놓았다. 뒷좌석은 아들과 모찌가 나란히 앉았다. 옆자리는 아내. 차가 좁다보니 팔꿈치가 슬쩍슬쩍 닿았다. 사이 나쁜 부부에게는 그다지 캐스퍼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세팅한 뒤에 캠핑장을 향해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캐스퍼의 가속성에 다시 놀랐다. 사람이 셋, 강아지 하나에 뒷 트렁크를 꽉 채웠음에도 액셀을 밟는 대로 캐스퍼는 자기 일을 하는 듯이 쭉쭉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의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초입부터 정체였다. 시속 20~30㎞로 최소 1시간30분은 달려야 할 판이었다. 정체 속에서 캐스퍼의 반자율주행은 빛났다. 속도와 차간 거리를 세팅하자 알아서 앞차를 부지런히 따라 움직였다. 그 덕분에 정체구간 내내 발의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정체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차와 휴대폰을 연결해 음악 전용앱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가족의 취향을 반영해 가요에서부터 뉴에이지, 클래식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경차이기는 하지만 사운드 시스템도 나쁘지 않았다. 고속 구간에서는 풍절음이 다소 있어서 음악 소리가 묻히기는 했지만, 차가 작아서 그런지 뿜어내는 스피커의 힘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2시간30분을 달려 드디어 캠핑장에 들어섰다. 캠핑장에는 먼저 온 가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캠핑 장소를 꾸미고 있었다. 우리는 58번 캠핑장을 배정받고 미리 설치된 텐트 옆에 차를 주차했다. 트렁크의 물건을 꺼내고, 아이스박스 등을 정리한 뒤에 그동안 차에서 갑갑했을 모찌를 해방시켰다. 잔디밭을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여러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맛있는 고기 등으로 저녁도 마쳤다. 신나게 뛰어놀던 모찌도 어둑어둑해지자 어느덧 조용히 자기 방석에 앉아 식구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만 봤다.

주변을 보니 캐스퍼 차박을 하는 곳이 있어서 우리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뒷좌석을 앞으로 접고 트렁크 공간을 가방 등으로 채우니 널찍한 침대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가지고 간 침낭 등을 안에 펼치고 나니 과거 다락방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늑한 공간이 됐다. 질식을 막기 위해 선루프를 약간 열어 놓고 즐거운 수면시간을 가졌다.

아침이 됐다. 캠핑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아침이다. 그동안 펼쳐놓은 짐을 정리하고 좋은 추억만 갖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모찌와 신나게 아침 산책을 한 뒤에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이라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가족들이 피로에 지쳐 쓰러져 있는 동안 캐스퍼의 가속성을 과감히 시도해보며 출발지로 돌아왔다.

캐스퍼 휠핑은 캐스퍼가 가진 의외의 장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작은 공간에서 가족을 하나로 끈끈하게 뭉치게 한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다시 한번 캐스퍼와 함께 캠핑을 가겠냐"는 질문을 가족들에게 던졌다. 모찌가 제일 신나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 이 정도면 성공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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