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전도사 역할 한 싱하이밍...美, `中 문화 스파이 첨병` 공자학원 퇴출 박차

공자학원 유치 교육기관에 정부 자금 지원 금지 추진
FBI "연구 훔치려는 악의" 中 관련 방첩수사 2천건 진행 중

싱하이밍 중국 주한대사가 몽골대사직 수행 당시 공자학원 관련 행사에 참석한 모습. [주몽골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문화 전파의 첨병 '공자학원'(孔子學院·Confucius Institute)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보 위협 등이 이유다. 미·중 사이 '정찰풍선' 사태에 이은 '쿠바 비밀 도청기지' 의혹으로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한반도 역내에 격랑을 불러온 싱하이밍 중국 주한대사 설화까지 겹치며 관련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미 의회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하원에 설치된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소속 공화당 짐 뱅크스 의원은 공자학원을 유치하는 국제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 방침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올들어 미국 상·하원에 접수된 비슷한 내용의 법안만 총 6건에 달한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이달 1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뉴욕 소재 알프레드대학이 공자학원을 계속 유치하면서 국방부 연구자금을 받는 것은 국방수권법(NDAA)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개정된 NDAA 조항에 따르면 올해 10월 1일 이후 공자학원을 두고 있는 대학에 국방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금지된다.

그런데 알프레드대는 민감한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로 국방부로부터 2027년까지 총 1350만달러(약 173억원)의 보조금을 받도록 계약돼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알프레드대는 중국 우한에 위치한 중국지질대학과 연구 협약을 체결 중인데, 이 학교는 중국 군사 방어와 관련한 기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갤러거 위원장은 "쉽게 말해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해 유사 연구를 수행하는 중국 대학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미국 대학이 첨단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국방부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라며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펼치는 것은 비밀이 아니지만, 이제는 공산당이 미국을 상대로 사용될 수 있는 '하드 파워' 무기를 만드는 데에도 이들 기관이 사용된다는 것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중국 공자학원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4일 공화당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 주도로 하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도 이런 인식이 확인된다. 당시 질 머피 미 연방수사국(FB) 부국장보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의 연구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질의에 "연구를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악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머피 부국장보는 "중국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적재산과 민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내 대학, 연구원, 학계 등에서 다양하고 계층화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FBI가 현재 중국 방첩활동과 관련해 총 2000건 이상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 내 공자학원은 2017년 118곳에서 작년 말 기준 7곳으로 급감했으나, 아직 운영 중인 곳을 중심으로 여전히 활발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대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후원을 받는 공자학원을 영국을 즉시 폐쇄하고, 홍콩과 대만이 운영하는 문화센터로 대체하라'는 뜻을 전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한편 최근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내 한중관계에 파장을 일으칸 싱하이밍 대사도 과거 공자학원을 상대국에 적극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몽골대사직 수행 당시 여러 차례 공자학원 관련 행사를 주도했으며, 주한대사 부임 이후에도 한국 내 공자학원 20여곳을 순회하며 격려한 바 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