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37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재판서 결백 주장

정상원 2023. 6. 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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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법정 '기소인부 절차' 무죄 주장
기밀문서 유출 37개 혐의 모두 부인
추가 손해배상 청구...사법 리스크 심화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지지자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FP 연합뉴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방 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법원에 출석했다. 기밀문서 유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그는 “마녀사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 등의 반박 논리를 끌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은 침묵했고, 공화당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2024년 미국 대선 판도에 이번 기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미국 유권자들은 주시하고 있다.


마이애미 법원 출석, 기소인부 절차 진행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 있는 연방 법원에 나왔다. 기소 절차상 체포돼 다른 피의자처럼 지문을 찍었지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 ‘머그샷’ 촬영은 없었다. 이어 검찰이 기소한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지 묻고 답하는 ‘기소인부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퇴임하면서 국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 마러라고리조트 자택으로 불법 반출했다며 지난 8일 그를 기소했다. 미국 핵 능력과 외국 보복공격계획 등 기밀로 분류된 문서를 빼돌리는 등 간첩법상 국방 정보를 고의로 보유한 것이 주요 혐의였다. 또 사법 방해 공모, 연방 수사를 피하기 위한 서류 은닉, 서류 미제출, 은폐 계획 혐의 등 총 37개 혐의가 적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 검사가 적용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법정에서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감색 양복에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법정에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 절차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고 미 NBC방송이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 앞에서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법원 출석 전후 SNS 여론전...지지층 결집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지층을 활용한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법원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역사상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라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을 나서면서 운집한 지지자 수백 명에게 손을 흔들었고 인근 리틀 하바나 지역 쿠바 식당에 들러 지지자를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이어 전용기를 타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이동해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를 비판하는 연설도 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을 목격했다”며 “부패한 현직 대통령이 조작된 가짜 혐의로 최고 정적을 체포당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고, 대선을 조작하고 훔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는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자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대통령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옥죄는 추가 사법 리스크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점점 그를 옥죄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2016년 대선 직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및 회계 조작 혐의로 기소당해 뉴욕 맨해튼 지법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진 캐럴을 1996년 백화점 탈의실에서 성폭행하고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민사 소송도 점입가경이다. 맨해튼 연방 판사는 이날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00만 달러(약 128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 배상 평결이 나오기도 했다.

죄수복을 입은 한 남성이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바이든·백악관 침묵...공화, 보복 시사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다만 질 바이든 여사가 12일 뉴욕 모금행사에서 여전히 많은 지지층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한다는 여론조사를 두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간접적인 트럼프 비판이었다.

J.D. 밴스, 마코 루비오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법무부 당국자 인준 저지, 정권 교체 뒤 보복 수사 시사 등 바이든 행정부 연방 검찰의 기소를 거칠게 비난했다. 반면 켄 벅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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