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이 주는 위안, 치유농업의 힘

2023. 6. 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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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치열한 경쟁과 단절된 관계에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마음 건강이 심상치 않다.

다시 말해 치유농업이란 농업 소재나 농촌자원을 활용해 신체, 정서 등의 건강을 돌보는 활동이나 산업을 말한다.

치유농업이 학생들의 움직임을 유도해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일깨워 자존감을 높인 최선의 처방이었던 셈이다.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치유농업을 통해 아픔을 이기고 마음에 그늘을 걷을 때 벅찬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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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치열한 경쟁과 단절된 관계에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마음 건강이 심상치 않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 평생 유병률은 27.8%로 나타났다. 성인 4명 중 약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본능적으로 자연에 기댄다. 자연이 베푸는 수많은 혜택 중 하나인 치유의 힘을 믿어서다.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 자그마한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 안에 들인 반려 식물을 돌보며 교감하고 위로받는 ‘식물 집사’의 등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자연과 소통함으로써 사람의 아픔을 덜게 돕는 일,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농업이라는 테두리에서 구체화시킨 영역이 바로 치유농업이다. 다시 말해 치유농업이란 농업 소재나 농촌자원을 활용해 신체, 정서 등의 건강을 돌보는 활동이나 산업을 말한다.

국내 치유농업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진흥청은 당시 ‘원예치료’라는 이름으로 원예 활동의 치유기능을 발굴하고 활용 방안을 연구했다. 한 사례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작은 화분에 식물을 심어 가꾸게 했다. 손수 기른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체험도 공유했다. 학생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가해 학생의 폭력성은 4.3% 줄었다. 피해 학생의 우울감은 5.4% 감소했으며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8.5% 증가했다. 치유농업이 학생들의 움직임을 유도해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일깨워 자존감을 높인 최선의 처방이었던 셈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충남 예산에서 활동하는 안기화 치유농업사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경험, 심리·복지·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 지식을 치유농업사의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정서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치유농업을 통해 아픔을 이기고 마음에 그늘을 걷을 때 벅찬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치유농업은 자연 속에서 오감을 자극하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정서적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치유농업추진단’을 조직하고 치유농업을 정착,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건강을 회복하고 증진하기 위해 식물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는 농업 활동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치유농업사를 양성하고 있고, 2021년부터는 복지 분야와 협업해 치매 관리 사업 등 사회서비스 연계 치유농업 모델을 현장에 전파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사업과 연계해 혜택받은 사람은 2020년 1408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8만4000여명으로 60배 가까이 늘었다. 치유농업에 쏠린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의 근거를 마련하고, 치유농업사의 자질을 검증하는 기준 등이 담겼다. 새롭게 도입된 인증제도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 질 높은 치유농업 서비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더 힘쓸 때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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