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이화그룹 주주, 경영진 교체 시도…거래 재개 가능성은?
상폐 전 단계 ‘기심위’, 자구책보다 현 상태 보고 심의 대상 결정
기심위 오르면 개선 계획 이행 내역서로 상폐 여부 정해져
이화그룹 계열 3개사(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의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이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거래 정지의 이유가 현 경영진의 횡령·배임인 만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상장 폐지 결정의 첫 단계인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심위 심의 대상을 정할 때 한국거래소는 향후 계획이 아닌 현재의 회사 상태를 집중적으로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4일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주주연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연대는 투자자들을 설득해 이아이디의 지분을 3.3% 모았다. 상법상 3%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각각 2.6%, 2.2% 모은 상태로 3%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연대 관계자는 “김성규 총괄사장을 교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김 사장을 회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거래 재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8일 검찰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과 김 사장에 대해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12년부터 11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015~2017년엔 허위 공시 등으로 부당이득 124억원을 챙겼다고 봤다. 또 회사에 187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173억원의 자금을 해외로 불법 반출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의 거래를 정지했다가 풀어준 후 또다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횡령·배임 금액이 8억3000만원이라는 이화그룹의 공시에 거래를 재개했다가 새로운 제보가 들어오면서 재차 거래를 정지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31일 거래소는 세 종목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가 검찰의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횡령·배임 발생 금액은 이화전기 42억4900만원, 이트론 311억3700만원, 이아이디 416억4800만원이다.
횡령 및 배임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소는 해당 상장사가 기심위 심의 대상인지 검토한다. 이때 거래소는 내부통제는 물론 회사의 재무적 요건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세 종목은 기심위에 오를지 말지 보고 있는 단계”라며 “이 단계에선 향후 계획보다 당장의 상태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주주 제안으로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의 경영진이 교체된다고 해도 이들 종목이 기심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단편적인 자구책으로는 기심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심위에 오른다고 곧바로 상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심위는 문제의 종목들에 1년 이내의 개선 기간을 주기도 한다. 개선 기간을 받은 상장사는 15일 이내에 개선 계획 이행 내역서 등을 제출한다.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상폐 여부를 논의한다. 이때의 경영진 교체는 상장 유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상폐 사유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회사가 제출한 개선 계획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 유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종목은 상폐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화그룹이 기심위에 오른다면) 회사가 어떤 계획을 제출하는지 봐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선 (상장이) ‘적정하다, 적정하지 않다’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한편 주주 연대는 거래 정지를 번복한 거래소에 대해선 당분간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사태 초기 손해배상 소송까지 검토했지만, 거래소보단 이화그룹에 집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결정엔 최초로 상폐가 번복된 감마누 주주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감마누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가 확정됐다. 이 탓에 정리 매매가 진행됐는데 이후 감마누가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상장이 유지됐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거래소의) 상폐 결정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이 돼 무효가 됐더라도 곧바로 고의나 과실로 인한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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