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역대 대통령의 손때 묻은 생활 소품을 만나다

2023. 6.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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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대통령’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예전보다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줄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은 12명입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대한민국헌법에 나와 있어요. 그만큼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지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실 및 관저로 사용되었던 청와대.

대통령 하면 청와대가 떠오릅니다. 백악산 아래 푸른 기와가 얹어져 있는 건물과 대한민국의 국가 장식인 금빛 봉황 장식이 있는 곳이지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습니다. 그 덕분에 기존에 출입이 쉽지 않던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열린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대통령 역사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역대 대통령 관련 전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6월 1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어 다녀왔습니다.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전시 설명.

역대 대통령의 모습은 사진과 영상으로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던 손때 묻은 생활 소품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 평생 사용하던 ‘영문 타자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의 박사 학위 취득자입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지요. 오스트리아 출신인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타자를 도와주기도 했다는군요. 타자기를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청와대는 제1공화국 시절에 경무대(景武臺)란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이 비취빛 청기와에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닌 집이라는 청와대(靑瓦臺)란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1993년 청와대 구 본관(1948~1991년 사용)에서 유일하게 남은 청기와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의 청와대 본관은 노태우 대통령 시기에 신축한 건물입니다.

국무회의가 열리던 ‘세종실’을 대통령 관련 전시회장으로 개방하였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세종실’은 정부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가 열린 공간입니다.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하여 세종실을 전시관으로 꾸며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곳곳의 시계가 5시 10분을 가리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를 개방한 5월 10일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군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한 고속도로 계획안.

제5대~제9대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서예, 그림, 음악은 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목이었지요. 그는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고 합니다.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계획안과 반려견 방울이(스피츠)를 보며 감상에 젖었습니다. 육영수 여사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는 관람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휘호.

전시가 세종실에서 인왕실로 이어졌습니다. 서양식으로 꾸며진 유백색의 벽과 샹들리에가 풍기는 분위기가 멋졌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문구가 맞아줬습니다. 서예를 즐기는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이 쓴 휘호였습니다. 큰길에는 문이 없다, 즉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휘호를 선물하기도 했지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의 원예 가위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忍冬草)’로 상징되는 대통령입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민주화 및 남북 평화에 기여해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쓰던 보라색 ‘누비 공예 지갑’.

우리나라에는 부녀(父女) 대통령이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쓰던 보라색 ‘누비 공예 지갑’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 3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박 대통령이 누비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이후 인기를 끌면서 시중에 품절 사태를 낳았습니다. 기사에서 봤던 내용을 실제로 보니 반가웠습니다.

유치원생 등 다양한 관람객이 전시회를 보러왔다.

대통령의 운동 취미를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11대,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은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시절 축구부 주장으로 활약했다지요.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 조깅을 했습니다. 1993년 8월 12일 오후 7시 45분, 청와대 기자실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만 금융 거래를 하게 한 조치는 나라를 흔들었지요. 그날 새벽 조깅 때 김영삼 대통령은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고 합니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은 테니스를 즐겨 쳐서 라켓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등산을 좋아했습니다. 취임 3주년을 기념해 만든 등산 스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 관람은 온라인 예약(http://reserve.opencheongwadae.kr) 후 가능합니다. 휴관일을 제외하고 관람 가능 인원 안에서 예약 회차 입장 10분 전까지 예약이 가능합니다. 음식 취식이 제한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율관람으로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 본관 앞에서 대기할 수 있습니다. 

춘추관에서 열리는 청와대에서 사용되었던 가구와 식기류 전시회, ‘초대, 장(招待, 場)’.

이번 전시를 보면서 이전 대통령의 삶을 생생하게 보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 온 뒤 상쾌한 내음을 맡으며 청와대를 거니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청와대를 아직 방문하지 않은 분은 한 번 와보면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초대, 장(招待, 場)’이란 이름으로 과거부터 청와대에서 사용되었던 가구와 식기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8월 28일까지 계속되며 별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니 참고 바랍니다. 

정책기자단|한지혜soulofaqua@naver.com
ENFP. 사랑을 알아가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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