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도 번쩍할 ‘거대 별의 폭발’ 임박?…지구는 괜찮을까

이정호 기자 2023. 6. 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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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광년 떨어진 베텔게우스 ‘이상 현상’
최근 몇년 새 급격한 밝기 변화 나타나
폭발하면 대낮에도 관찰…보름달 광도
거리 멀어 지구 생태계 영향은 없을 듯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진 적색초거성인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태양보다 질량이 15배 무겁다. 최근 폭발이 임박했을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진 거대한 별인 ‘베텔게우스’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밝기가 널 뛰듯 변하면서 별의 생애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대형 폭발이 임박한 것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별이 정말 폭발한다면 지구의 대낮에도 보일 정도의 밝은 빛과 에너지를 뿜을 것으로 학계는 예측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최근 오리온 자리에 있는 거대한 별인 베텔게우스에 대한 관심이 학계에서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베텔게우스는 지구에서 640광년 떨어져 있다. 지름은 태양의 700배다. 만약 태양계에 베텔게우스를 옮겨다 놓는다면 태양과 목성 사이를 모두 채울 정도로 엄청난 덩치다. 태양과 지구는 빛의 속도로 가면 8분 정도 거리다.

질량은 태양의 15배다. 질량이 태양만하거나 수배 정도 무거운 별은 생애 마지막에 부피가 부풀어오르는 ‘적색거성’이 된다. 그러고는 결국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백색왜성’으로 쭈그러든다.

그런데 베텔게우스처럼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상인 별은 다르다. 극단적으로 덩치가 커지는 ‘적색초거성’이 된다. 적색초거성의 죽음은 대폭발로 끝난다. 학계에서는 이런 대폭발을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른다.

이런 베텔게우스에서 최근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원래 베텔게우스는 밤하늘에서 밝기 순위가 10위다. 그런데 지난 4월 초부터 이 순위가 3계단 상승한 7위까지 올라갔다. 밝기가 보통 때의 140% 이상 높아졌다. 불과 4년 전인 2019년에는 반대로 밝기가 지나치게 어두워진 적이 있다.

게다가 베텔게우스는 400일을 주기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별이었지만, 2019년 이후에는 이 주기가 200일로 확 짧아졌다. 결과적으로 베텔게우스가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는 뜻이다.

베텔게우스가 정말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최후의 순간’을 640광년 떨어진 지구에서도 망원경 없이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태양이 떠 있는 낮에는 하늘 저편 한 점에 고성능 손전등이 등장한 것 같은 강한 빛이 나타난다. 이 빛은 밤에 보름달이 하나 더 뜬 정도의 광도로 지구의 지상을 비춘다. 베텔게우스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는 며칠 동안 나오는 에너지가 태양이 무려 100억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양과 맞먹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베텔게우스가 폭발하면 지구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만약 베텔게우스가 태양계에서 수십광년 이내에 있는 별이었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초신성 폭발에서 나오는 방사선 때문에 지구의 오존층이 날아가고, 대기에서 유독성 기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생물체에 돌연변이도 생긴다. 올해 4월 이 같은 경우를 상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 등은 “지구 생물들에게 실질적이고 뚜렷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베텔게우스는 지구에서 멀다. 학계에선 초신성 폭발이 160광년 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일은 없다고 본다. 베텔게우스와 지구는 이 ‘안전거리’의 4배인 640광년 떨어져 있다.

베텔게우스가 현재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구인들의 생애 중 터질 지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베텔게우스는 빛을 내기 위해 헬륨을 태우는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천문학계는 보고 있다. 헬륨 연소 현상은 대개 수만년에서 수십만년간 지속된다.

초신성 폭발이 ‘세기의 우주쇼’라는 점에서 앞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베텔게우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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