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감사’ 후폭풍 덮친 감사원…유병호 파면 압박 속 내홍 격화

이혜영 기자 2023. 6. 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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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 사무처 ‘작심 비판’
野, ‘빈손 정치감사’ 때리며 국정조사 촉구 총공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6월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사원이 내분에 휩싸였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와 보고서 공개 과정을 두고 감사위원과 사무처가 충돌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전 위원장에 대한 의미 있는 처분 없이 종결된 권익위 감사를 두고 야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후폭풍이 감사원 전체를 덮친 모양새다. 

14일 감사원에 따르면, 권익위 감사 주심이었던 조은석 감사위원은 최근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감사보고서 공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헌법 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무처를 직격하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사무처, 주심위원 패싱" vs "절차대로 공개"

조 위원은 이번 감사의 주심인 자신이 감사보고서를 최종 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주장한다. 사무처가 수정한 보고서 최종본을 자신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이 확인한 후 '열람 결재'를 해야하는데, 이 과정을 건너뛴 상태에서 외부에 먼저 공개됐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전 위원장의 일부 비위 의혹에 대한 '개인주의' 처분을 '기관주의'로 수정하고, 이를 결과보고서에 기재하기로 했다. 조 위원은 "감사위원회에서 수정의결을 한 경우 사무처가 보고서로 작성한 뒤 내부 전자결제시스템에 등록하고, 주심 위원이 확인하면 확정되는 것이 감사원 업무보고 시스템"이라며 "그러나 9일 발표 당일 감사위원들이 수정된 보고서를 기다리는 중에 감사보고서가 이미 공개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고 망연자실했다"고 토로했다.

조 위원은 일부 언론에서 '친야 성향 감사위원들이 막판까지 '전현기 구하기'를 시도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은 검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감사위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 중 3명이 '야권 성향' 인물이고, 이들이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공개를 막으려 했다는 데 대해 조 위원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조 위원은 전 위원장 비위 의혹 가운데 '갑질 직원 탄원서'를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해 '불문' 결정을 내린 것은 감사위원 6명 전원이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또 전 위원장 출퇴근 문제 등에 대해 감사원이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사무처가 확인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자는 의견에 '친야'로 분류된 위원이 찬성하기도 했고, '친야'로 분류되지 않은 위원이 반대하는 등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의 성토에 권익위 감사를 주도한 김영신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은 "권익위 감사 결과는 감사위원회의 의결대로 시행됐다"는 글을 올리며 맞불을 놨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6월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감사원 '권익위' 감사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감사 결과 보고서를 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 본부장은 "감사결과는 감사위원회의에서 변경 의결된 수정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주심 위원 등 위원이 열람했으며 이후 심의실장 검토, 사무총장 결재를 거쳐 시행하는 등 관련 절차를 정당하게 거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후, 8일 오전, 9일 오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수정 보고서가 위원들에게 전달됐고, 위원들로부터 수정 의견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반영해 최종 내용을 확정하고 당일 오후 언론에 공개했다는 게 김 본부장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최종 시행문에 감사위원회의 의결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것이 없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제 기억으로는 어떤 중대한 감사든 시행과정에 이렇게 자주 위원 열람을 한 사례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월14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정치·표적감사에 월권까지…철저히 파헤쳐야"

전 위원장 감사와 그 결과 공개를 놓고 노골화 된 감사원 내분이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 위원장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감사를 주도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파면과 국정조사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추진과 결과 보고서 공개 과정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감사원 감사보고서 조작 책임자 즉각 파면 및 국정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은석 감사위원의 문제 제기로 감사원의 악행이 또 한 번 드러났다"며 "조자룡 헌 칼 쓰듯 정치 감사, 표적 감사를 일삼더니 이제는 월권에까지 손을 뻗은 감사원의 작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엄중히 요구한다. 헌법기관이기를 포기한 만행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즉각 조사해 파면하라"며 "그 뒷배가 누구인지도 철저히 파헤쳐 반드시 고발 조치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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