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의 시론]이재명의 ‘독극물 정치’

2023. 6. 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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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日 오염수 선동에 끌어들이려
中대사관저 방문 ‘중관파천’
정파 이익만 노린 매국노 행태
이래경 혁신위長 이은 李 자해
한일관계 毒 될 괴담 퍼뜨리고
한중 갈등 악화할 불까지 질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오만불손한 내정간섭성 협박으로 한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빌미를 크게 제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별다른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체보다 죄책감 없는 뻔뻔함이 더 문제인데, 이 대표가 딱 그 모양이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이 대표는 지난 8일 중국 외교부 국장급인 싱 대사의 서울 성북동 관저로 격에 맞지 않게 찾아가, 대사가 준비한 인쇄물을 꺼내 15분 동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夢)에 아부하며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국회 압도적 다수당의 대표가 구한말 위안스카이(袁世凱) 같은 중국대사의 발언과 태도에 항의하기는커녕 다소곳한 자세로 경청했고, 그걸 민주당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했다.

이미 거친 입 ‘전과’가 있는 싱 대사로부터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 한미일 신협력 체제 모색 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관저 초청을 받았을 때 그가 ‘사고 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전혀 안 돼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전에 대화 주제 등을 협의하고, 국회나 야당 대표실로 싱 대사가 오게 해야 했지만,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낙선했고 차기 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국회의원 167명의 거대 정당 대표가 일개 대사의 관저로 찾아가 일방적인 훈시를 들었다.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중국을 끌어들이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마음이 다급했던 탓일 것이다. 중국 대사관저의 참사와 굴욕은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에 빗대 ‘중관파천’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치인이 절대로 피해야 할 게 자신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훼손할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민주당이 잘 쓰는 표현대로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행태다.

이 대표가 자초한 참사가 산사태처럼 민주당을 덮친다. 이래경 혁신위원장 소동은 중국 대사관저 굴욕 사태 사흘 전인 지난 5일 벌어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스캔들 등을 덮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노렸을 텐데, 그만 일대 자해가 돼 버렸다.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세력”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졌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퍼뜨린 친북(親北), 숭중(崇中), 반미(反美) 성향 인사를 혁신위원장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표가 이래경과 사상이 같거나, 아니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방증이다. 반명(反明) 진영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당을 혁신하기 위한 인물로 극소수만 아는 1980년대 대학생 수준의 인식을 가진 인물을 덜컥 임명부터 한 것이다. 혁신을 요구한 반대파의 동의는 고사하고 건성으로도 의견을 구하지 않고,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다 죽게 생긴 경기지사 이재명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일방 발표할 정도로, 이 대표는 기본 양식이 없다. 보통 사람이면 민망해서도 못할 이런 인사(人事)로 당이 분열되고, 지지율이 떨어지든 말든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능 동위원소를 처리하고 삼중수소의 배출 허용치를 40분의 1 이하로 낮춘 뒤 방류하는 것을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는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최소한의 과학적 상식도 없는 듯 유치한 막무가내 선동을 명색이 원내 제1당 대표가 스스럼없이 한다. 북태평양 해류가 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는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알래스카, 캐나다·미국 서해안을 돌아 북적도, 필리핀, 대만을 거쳐 일본으로 귀환한다. 4∼5년 뒤에 한국 해역으로 일부 온다고 해도 삼중수소는 천문학적인 태평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대표가 오염처리수 방류를 기화로 국민 공포심을 조장해 반정부 여론을 만들려고 우리 어민과 수산업계에, 한일관계에 치명적 독을 퍼 넣는 ‘독극물 정치’를 하고 있다. 광우병 괴담, ‘사드 참외’ 등의 거짓 선동으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생각만큼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중국을 끌어들이려다 한중관계에 ‘불’까지 질렀다. 정치를 그만둬야 할 이유를 자꾸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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