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독 탔다 유언비어에 조선인 도끼 학살” 日 요미우리, 1면 이례적 보도

일본 최다 부수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이 100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당시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학살된 사실을 1면에 실었다.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2008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지 15년 만이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간토대지진의 교훈(5) : 유언비어·폭력 한꺼번에 확산’이라는 연재 기사에서 2008년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가 정리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각지에 결성된 자경단이 일본도와 도끼, 쇠갈고리 등으로 무장하고 재일조선인들을 닥치는대로 심문하고 폭행을 가해 살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한 “간토대지진의 사망 약 10만명 중 1%에서 수%가 이런 사안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요미우리는 간토대지진을 조명하면서 현재도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외국인이 물자를 빼돌려 피난소가 폐쇄됐다’는 악성 루머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100년 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 규모 7.9의 대형 지진이 발생해 10만5000여명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져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661명에 달한다.
요미우리의 이런 보도는 그간 조선인 학살 사실을 부정해온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대표적 인물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다.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선 매해 9월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과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등 도쿄지사들은 해마다 추도문을 보내왔지만, 고이케 지사는 ‘6000명 학살은 부풀려진 내용’이란 우익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부터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미우리의 이 같은 1면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일본 주류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주류 언론의 이런 보도를 통해 과거사 문제도 하나씩 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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