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FOMC 직전 나온 CPI 둔화…금리 '일시 동결' 유력(재종합)

김정남 2023. 6. 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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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CPI 상승률 4.0% '예상치 부합'
연준,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 확실시
증시 안도 랠리…S&P 4400선 근접
"동결 후 재인상, 시장 동요" 지적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인플레이션이 월가 눈높이에 맞는 둔화 징후를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며 2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신호다. 이번달 일시 동결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주거비(shelter) 등 일부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CPI 상승률 4.0% ‘예상 부합’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4월(4.9%)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0%)와 같았다. 2021년 3월(2.7%) 이후 2년2개월 만의 최저다. 전월 대비 CPI는 0.1% 올랐다. 4월 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둔화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와 비슷했다. CPI 보고서가 나온 이날은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시작한 날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3% 올랐다. 4월 당시 5.5%보다 약간 둔화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 뛰었다. 시장이 당초 예상한 수치에 부합했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5%대를 보였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물가는 에너지 분야(-3.6%)를 중심으로 둔화했다. 에너지 상품(-5.6%)과 에너지 서비스(-1.4%) 모두 하락했다.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휘발유 가격은 5.6% 떨어졌다. 신차(-0.1%), 의료 서비스(-0.1%) 역시 내렸다. 식료품 가격은 한달새 0.2% 올랐다.

하지만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는 여전했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8.0%, 전월 대비 0.6% 각각 올랐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4월 당시 0.4% 뛴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높아졌다. 교통 서비스는 전월 대비 0.8%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2% 폭등했다. 중고차 가격은 한달새 무려 4.4% 뛰었다. 헤드라인에 비해 근원물가가 5%대를 유지하며 ‘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거비, 중고차 등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근원물가가 높은 것은 주거비와 중고차의 비중이 과하게 반영된데 따른 것”이라며 “(CPI가 둔화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다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이번달 금리 동결할듯”

앞서 전날 나온 미국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 4.1%를 기록했다. 2021년 5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다.

이에 따라 이번달 연준의 금리 동결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00~5.25%로 동결할 확률을 93.1%로 보고 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전략가는 “연준이 이번달 금리 인상을 설득하려면 CPI가 깜짝 반등했어야 했다”며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면서 그런 압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연준이 이번달에 이어 다음달도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뉴욕증시는 안도 랠리를 보였다. 이날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9% 오른 4369.01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10개월 만에 처음 4300선을 넘은 S&P 지수는 이제는 4400선을 바라보게 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83% 뛴 1만3573.32에 마감했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준 목표치(2.0%)를 상회하는 높은 물가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CNBC는 “(눈에 띄게 둔화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를 보면,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5.25~5.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60.3%로 보고 있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가 다시 올리는 ‘스톱앤드고’(stop and go) 정책에 시장이 동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금리전략 책임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면 시장이 믿을 만하게 매파적인 메시지를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인상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시장은 뜨겁고 근원물가는 높다”고 했다. 월가는 연준이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호주 중앙은행(RBA)처럼 금리 동결 후 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데, 이는 정책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CPI 보고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찬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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