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MZ세대에게 고함

최명국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2023. 6. 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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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중에 죄송한데// 여기저기 방송에서/ MZMZ 하시는데// 그거 MZ 아닙니다/ 그냥 미친 새낍니다.

시인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그냥 미친 ××'와 'MZ세대'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지나치게 넓은 연령대를 하나로 묶어 같은 세대로 분류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와 다양한 매체들의 시각이나 태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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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말씀 중에 죄송한데// 여기저기 방송에서/ MZMZ 하시는데// 그거 MZ 아닙니다/ 그냥 미친 새낍니다.

-이환천, 「MZ세대」 전문

인용한 글은 '문학살롱'이라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그곳에 시를 발표해서 SNS 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환천의 시이다. 시인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그냥 미친 ××'와 'MZ세대'는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와 다양한 매체들은 그들을 기괴한 별종으로 무책임하게 정의하거나 과장되게 묘사하고는 한다.

물론 과거에도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의 시각이나 태도는 늘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쯧쯧, 요즘 것들은…"이라는 혀 차는 소리를 동반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넓은 연령대를 하나로 묶어 같은 세대로 분류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와 다양한 매체들의 시각이나 태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네들은 때때로 MZ세대들을 멍청한 외계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매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똑똑하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MZ세대들도 단연코 그렇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기성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MZ세대들이 어느 정도 유별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이비 종교 종사자들이 MZ세대들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할 때 활용할 정도라는 MBTI에 대한 맹신이 그중 하나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MZ세대 내에서도 이러한 맹신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자기를 소개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여전히 MZ세대인 학생들이 대단히 강조하고 소중히 여기기까지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MBTI 성격 유형이다. 한때 집착했던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또 주객이 전도될 만큼 맹신하는 모습에 경악스러울 때가 있다. 'I' 혹은 'E'로 시작되는 네 글자의 알파벳이 '나'라는 존재의 이유나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또한, MZ세대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이 유별스럽게도 많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거지방'(고물가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지출을 줄여 절약하자고 서로 격려하기도, 혹은 낭비 상황에 대해 의도적으로 비속어까지 써가며 힐난하는 말들을 주고받는 오픈 채팅방의 일종)도 이에 해당한다. 그들은 거지방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오픈 채팅', 혹은 익명의 온라인 게시판에 스스럼없이 자신의 상황을 공개한다. 그런 다음 이와 관련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우습게도 비난이나 욕설까지 구걸하기도 한다. 변화된 형태의 소통과 공감의 방식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의존적이라서 걱정스럽다.

하다못해 입고, 자고, 먹고, 싸는 것들부터 연애, 인간관계, 학업, 취업, 가치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그에 따라 좌지우지되거나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너무 줏대 없어 보인다. MBTI 성격 유형이나 온라인 공간에서 접하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객(客)'일뿐, '주(主)'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환천의 「물」이라는 또 다른 시의 표현처럼 "흐르는/ 인생도// 물처럼/ 셀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똑똑한 MZ세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감히 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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