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먹는 인니 ‘그 나무’ 2040년 韓 상륙… 블루카본 잠재력 기대하는 정부

세종=전준범 기자 2023. 6.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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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블루카본 3종 중 탄소흡수력 최고
“지구 온난화로 2040년쯤 남해안 상륙할 듯”
전문가 “토착화 방안 지금부터 찾아 나서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블루카본(해양 생태계의 탄소 흡수원) 중에서도 탄소 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맹그로브(mangrove)’가 기후 변화로 20년 안에 우리나라에 상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열대·아열대 지역 해변이나 하구에서 자라나는 관목인 맹그로브는 서식 가능 범위를 이미 제주도 남부까지 넓힌 상태다.

정부도 맹그로브를 둘러싼 환경 변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 탄소 흡수원을 발굴해야 해서다. 해양 당국과 학계는 현재 맹그로브의 한반도 상륙 시점에 관한 기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뛰어난 블루카본인 맹그로브를 토착화할 방법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그로브의 탄소 흡수량은 소나무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뛰어나다. 사진은 인도 케랄라주 비핀 섬에 있는 맹그로브 숲의 모습. / AP 연합뉴스

◇ 5000년 전 흡수한 탄소까지 간직한 맹그로브

14일 정부·학계 등에 따르면 현재 해양수산부는 서울대·군산대 등과 손잡고 아열대 지역 강변·하구·바닷가 등에서 울창한 숲을 형성하며 자라는 나무인 맹그로브의 한반도 상륙 시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2040년쯤 맹그로브가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예측 모델을 토대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맹그로브는 정부 간 협의체(IPCC) 온실가스 통계 지침에 반영되는 블루카본 3종(해초류·염생식물·맹그로브) 가운데 탄소 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퇴적층에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비교해보면, 맹그로브의 1헥타르(ha)당 탄소 흡수량은 연간 1.62톤(t)으로 갈대·칠면초 등 염생식물(0.91t)과 잘피 등 해초류(0.43t)를 한참 앞선다. 소나무와 비교해도 3배가량 많다.

탄소 보관소로서 맹그로브의 우수한 역량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R)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팀은 작년 9월 해양 생태학 학술지(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에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 수르주의 맹그로브 숲에서 토양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5000년 전에 흡수한 탄소까지 저장돼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공식 인정하는 블루카본의 대표주자로 늘 맹그로브부터 언급되는 이유다. 단일 국가 중 세계 최대 맹그로브 서식지는 인도네시아다. 전 세계 맹그로브 서식지 면적이 13만6000㎢ 정도인데, 22%에 해당하는 3만㎢가 인도네시아에 있다.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맹그로브의 일종인 칸델리아 캔들의 북방한계선은 일본 규슈섬 사가현 남부라고 한다. 위도상 제주도 남쪽에 해당한다. 실제로 제주도에선 이미 아열대 식물인 초령목과 야자나무 등이 잘 자라고 있다. 사진은 2022년 10월 야자나무로 가득한 제주 이호해수욕장 인근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여가를 즐기는 모습. / 뉴스1

◇ 북방한계선 제주 남부까지 올려

이런 맹그로브를 우리나라 해양 당국과 학계가 주목하는 건 기후 변화와 연관돼 있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제주도와 같은 남쪽 지방 기후가 점점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 동아시아 일대에서는 중국에 26종, 일본에 6종의 맹그로브가 서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맹그로브 서식 여부가 확인된 바 없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팀에 따르면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가운데 칸델리아 캔들(Kandelia candel) 종은 영하 8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추위에 강하다. 김 교수는 칸델리아 캔들 종의 북방한계선이 일본 규슈섬 사가현 남부로, 위도상 제주도 남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가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도 언젠가 맹그로브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출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블루카본 맏형인 맹그로브가 한국에 들어오면 정부의 2030 NDC 달성 전략도 도움받을 수 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2018년 대비 40%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다소 도전적인 목표인 만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탄수 흡수원 확보도 시급해졌다. 육지의 대표적 탄소 흡수원인 산림은 잦은 산불과 노후화로 탄소 흡수력이 날로 떨어지는 추세다.

물론 맹그로브가 한반도에 당장 상륙하는 건 아니기에 해양 당국도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단계는 아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외 학계 전문가들과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세계 최대 맹그로브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와도 협력하면서 (맹그로브 서식 동향을) 꾸준히 관찰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유력한 블루카본 후보인 비식생 갯벌을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전남 보성갯벌의 모습. / 뉴스1

◇ “맹그로브 토착화 고민 지금부터 해야”

정부는 우선 맹그로브 외 나머지 블루카본인 염생식물과 해초류를 국내에 늘리고, 블루카본 유력 후보인 갯벌을 확대해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지난달 31일 ‘블루카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추진전략은 블루카본 흡수량을 2030년 106만6000t, 2050년 136만2000t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해양 당국은 염생식물을 2050년 660㎢, 해초·해조류 등 바다숲을 2030년 54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또 폐염전·폐양식장, 방치된 간척지 등에 해수를 흘려 식물이 살지 않는 비(非)식생 갯벌을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비식생 갯벌을 비롯해 해저 퇴적물, 해조류 서식지 등은 IPCC가 공식 인정하는 블루카본 ‘후보군’에 올라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후보군이 블루카본으로 IPCC 인증을 받으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즉시 등재하고 2030 NDC 실적에도 반영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맹그로브 등 외래종 유입의 영향도 파악하면서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권봉오 교수는 “미래 해양 탄소 흡수원 발굴에 관한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뛰어난 블루카본인 맹그로브를 토착화할 방안을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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