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바닥인가, 집을 사도 될까’ 논할 때 아니다

조은임 기자 2023. 6.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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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질문하는 사람이 늘었다.

미분양, 거래량 등 통계치가 개선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일명 바닥론이 등장하면서다.

부동산 금융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저축은행들은 이미 높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전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 하반기 집값 전망에 한 마디씩 거들기보다는 위험요인을 짚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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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도 될까요?”

최근 이런 질문하는 사람이 늘었다. 미분양, 거래량 등 통계치가 개선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일명 바닥론이 등장하면서다. 서울의 강동과 잠실, 노원 등 급락지에서 급매물이 모두 팔리고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반대로 일시적 반등에 그치고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형태로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하락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그리고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라는 것의 이들의 주장이다. ‘집값이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논쟁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실상은 집값 논쟁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변수가 아직 남아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자칫 부동산 시장을 낭떠러지로 몰고 갈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가능해 간과하기 쉬운 위험)’ 일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PF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잔액(36조8000억원)의 58%에 해당하는 21조4000억원이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한다.

부동산 금융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저축은행들은 이미 높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 초기 자본여력이 없는 시행사가 본PF를 받기 전 일으키는 고금리 단기 대출이 브릿지론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의 비중은 128%로, 증권사(9%), 캐피탈(29%)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오는 9월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관련 대출이 부실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간과할 수 없는 위험요소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가 대부분 외생변수로 비롯됐다는 점도 떠올려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금융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말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12.9%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3.1%)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5년까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의 저변에는 안팎의 위험요인이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국내 부동산 PF 리스크와 지방의 미분양 주택 증가는 현재 진행형이고, 대외 변수는 호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어 하반기 집값 전망에 한 마디씩 거들기보다는 위험요인을 짚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집을 사도 될까요?”라는 물음은 그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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