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더 많은 ‘불 꺼진 아파트’... 건설사들 “입주율 끌어올리기 고심”
‘분양불’ 건설사들 타격 더 클 듯
“분양권 전매 상담에... 인근 중개소와 연계” 지원도
“아파트 분양보다 더 중요한게 입주에요. 마무리를 잘 해야죠. 분양가보다 더 내려간 가격의 물건이 나오는 곳은 선제적으로 중개업소를 연결해주거나 전세 세입자 구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
아파트 입주율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방 아파트 입주율 저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 건설업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발표한 ‘5월 아파트 입주율’에 따르면 수도권(80.1%)을 제외한 비수도권(광역시·도지역 포함)은 63.9%의 낮은 입주율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중 대구와 부산, 경상권을 제외하고는 전부 하락했다. 미입주 원인을 보면 기존 주택 매각지연(44%), 세입자 미확보(26.0%), 잔금 대출 미확보(20.0%) 순으로 나타났다.
6월 입주전망지수를 보면 지방 가운데 대전과 울산이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대전은 지난 달 106.2에서 81.2로 25포인트(p) 떨어졌고, 울산도 87.5에서 73.3으로 14.2p 하락했다. 울산은 작년 6월 이후 아파트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지난달 약 3000가구가 입주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은 입주율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 3월 76.2%에 그쳤던 입주율은 4월 81.9%, 5월 86.7%로 뛰었다. 업계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지난 2020~2022년 상반기 평균 입주율(93.3%)을 곧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에게 아파트 입주율은 사실상 잔금을 납부한 주택의 비중을 뜻한다. 입주자들에게 잔금을 받아 공사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주택경기 침체가 입주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큼 경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계약이 완료된 상태에서 입주가 안 되고 있다면 사정은 좀 낫다. 계약금에 중도금(대출)까지 완료했다면 잔금을 바로 못 받더라도 영향이 덜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분양이 안 된 상태, 즉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 상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2~3년 전 ‘분양 리스크’가 적은 곳이라고 판단해 기성불이 아닌 분양불 방식을 적용한 건설사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건설사가 시행사와 사업 계약을 맺는 방식은 크게 기성불과 분양불 방식으로 나뉜다. 기성불은 공사진행 상황(기성율)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 받는 구조다. 분양불은 분양 후 분양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분양 성패에 따라 시공사도 리스크를 함께 지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회사 정책에 따라 사업지별로 그때 그때 다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회사들은 기성불로, 향후 분양 시장은 잘 될 것으로 판단하니 일단 수주를 하자고 판단했다면 분양불로 했을 것”이라며 “분양불 사업장을 중심으로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즉,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상황에서 분양불 지급방식을 선택한 건설사들은 아파트가 계약될 때까지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낼 돈인데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사 미수금’이 늘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입주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통상 입주 3개월 정도 앞두고 ‘사전 조사’를 한다. 입주 전에 전화를 돌려서 입주 여부를 묻고 입주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집을 팔 것인지 등을 알아본다. 만약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세입자를 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유예 기간을 주기도 한다.
과거엔 가전제품을 주는 등 입주를 촉진하는 ‘직접적인 형태의 마케팅’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분양권 전매 관련 상담이나 인근 공인중개업소 등과 연계를 해주는 등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넓은 의미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입주 시기에 맞춰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일각에선 지방 아파트의 ‘낮은 입주율’ 자체를 정부 지원이 필요한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분양 문제와 마찬가지로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국한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은 “지방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는 것은 맞다. 단순 공사도급을 넘어 분양사업을 자체적으로 하다가 경기 불황을 맞거나 수요예측에서 실패하면 망하기 마련”이라며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의 경영판단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이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 지원 대상이냐 아니냐가 늘 거론되지만, 건설사 스스로도 사업성을 더 꼼꼼히 판단하고 취사선택해 수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원까지 포함한 위기 경영으로 스탠스를 변경해야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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