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타다’ 도전 업체들, 또 말라죽나

임경업 기자 2023. 6.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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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모빌리티’ 증차 심의 수개월에 적자 누적… ‘마카롱’은 파산

‘제2의 타다’에 도전한 IT 기반 모빌리티 사업들이 고사(枯死) 위기를 겪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과거 타다 모델 방식으로 택시 면허 없이 IT 플랫폼 기반 운수사업을 하는 파파모빌리티는 차량을 늘리는 증차 규제가 풀리지 않아 수개월째 수십억원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차량 100대로 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올해 초 “추가로 280대를 늘리고 싶다”는 의사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관련 심의 절차가 수개월 걸린 데다, 지난 5월에 열린 심의에서도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달 말 다시 심의를 받기로 했지만 여전히 증차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래픽=김하경

혁신 모빌리티를 표방했다가 사정이 어려운 것은 파파모빌리티뿐만이 아니다. 가맹 택시를 운행하며 한때 카카오T 블루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성장했던 마카롱 택시는 지난 4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해 매출 7915억원과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익률이 2%에 불과한 데다 전년 대비 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파파모빌리티 관계자는 “혁신 운송 서비스를 하려면 사업이 확장 가능하고 수익이 나야 하는데, 확장부터 정부 심의로 막히니 방법이 없다”며 “현재 사업 규모로는 운영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으로 이대로 계속 적자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타다 방식 아직도 420대…옛 타다의 3분의 1 수준 규모

2021년 타다금지법 시행 이후, 정부는 그해 4월부터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운송 서비스의 범주를 나누고 규제를 시작했다. 택시 업계 반발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면서 정부 통제 아래 활성화 대책을 펼쳐 “제2의 타다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타입1′은 과거 타다·우버 모델에 각종 제약을 달아 놓은 것으로, 택시 면허 없이도 손님을 운송할 수 있다. 타입2는 택시 면허를 보유한 채로 운행하는 IT 기반 서비스로 마카롱 택시와 카카오T 블루, 타입3는 앱을 통한 단순 중개 사업으로, 카카오T·우티(UT) 같은 앱이 속한다.

하지만 2년여 지난 현재, 과거 타다 방식으로 유사 택시를 운영하는 회사(타입1)들의 차량 대수는 모두 합해 420대로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과거 타다 운행 대수(약1300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체도 파파모빌리티를 포함해 코액터스(100대), 레인포컴퍼니(220대)가 전부다. 신규로 타입1을 하겠다고 도전하는 업체도 없다. 파파모빌리티처럼 운행 대수부터 정부 통제를 받고, 매출의 5%를 상생기여금으로 내야하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택시 면허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타입2 업체들도 마카롱 택시 파산처럼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타입3인 카카오T의 서비스 확대도 제약이 걸린 상태다.

◇국토부 “혁신에 걸맞은 비즈니스 있어야”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혁신 서비스에 걸맞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파모빌리티는 본래 장애인·노약자·임신부 같은 교통 약자를 위한 운송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겠다던 서비스”라며 “하지만 이번 증차 계획 내용을 보면 사실상 일반 택시업과 같은 목적의 차량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심의위원 대부분이 반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일반 택시 증차와 같은 효과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파모빌리티 관계자는 “지자체와 교통약자 협업을 하려고 했지만, 우선 증차가 되어야 운영 실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차량이 필요한 모빌리티 사업의 특성상 사업 규모가 확보돼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할 수는 없지만, 택시난·요금 인상 후폭풍 등 어지러운 택시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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