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18] ‘기브 앤드 테이크’도 모르는 KBS
“나는 관객들이 재미있어하는 게 정말 즐거워. 나는 그들을 약간 간질여주고 돈을 받는 거지. ‘빌어먹을 칼잡이 녀석은 정말 겁이 없어. 그런데 나는 언제나 겁이 난단 말이지. 젠장’ 하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지. 왜냐하면 사람들은 언제나 겁을 내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공포심을 무거운 그림자처럼 자신들 뒤에다가 매달고 다닌다네. 그런데 나는 그들이 공포심을 잊고 잠시라도 즐거워하는 게 좋아. 그것이 내가 미소를 지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단 말인가?”
-하인리히 뵐 ‘칼로 먹고사는 사나이(der mann mit den messern)’ 중에서
텔레비전 없이 산 지 10년이 넘었다. 이후 시청료를 내지 않는다. 한국전력 고객센터나 KBS 수신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텔레비전이 없다고 하면 전기료에서 시청료가 빠진다. TV가 아니어도 OTT 서비스가 다양해진 요즘, 필요한 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정치 편향, 역사 왜곡, 가짜 뉴스를 쏟아낸 지 오래다. 특히 직원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자라는 KBS는 적정 수신료가 9500원이라며 평양 지국 설립 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분리 징수를 권고하자 야당과 함께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유프는 서커스단에서 칼 묘기로 먹고산다. 그는 관객에게 더 큰 재미와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관객에게 사랑받는 길이었다. 그는 살길이 막막해 찾아온 전우를 설득해 무대에 세운다. 눈 깜짝할 사이, 칼 13자루가 날아가 남자의 몸 주위에 박히자 관객들은 열광한다. 서커스단장이 유프와 친구의 출연료를 대폭 올려준 것은 당연했다.
인생도 하루하루 전쟁이다.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화질 좋은 기기를 사고, OTT 매체에 돈을 내고, 퇴근 후 선택한 프로그램을 보며 피로를 푸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작은 행복이다.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어떤 재미와 이익을 주었을까? 그들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기에 애써 번 돈을 내놓으라 당당히 요구할까?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반대하는 야당과 강제 징수를 유지해 달라고 떼를 쓰는 KBS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지상파와 공영방송을 시청하던 시절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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