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3년 반 만에... 서울대, 조국 파면

박지민 기자 2023. 6. 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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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대학교 법학관 5층 교수 연구실 출입문 앞 명패에 조국 두 글자가 아직 새겨져 있다./뉴스1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 조 전 장관이 2019년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파면은 정직, 해임보다 높은 최고 수준의 중징계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되면 앞으로 5년간 교수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 급여의 절반이 깎인다.

서울대 교원 징계 규정에 따르면 징계위는 징계의결서를 총장에게 통고해야 하고, 총장은 15일 내에 징계 처분을 하게 돼 있다. 이날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성급하고 과도한 조치”라며 “기본적 권리를 지키고 전직 고위공직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즉각 불복해 이 결정의 부당함을 다툴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 파면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서울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교수들에게 파면 조치를 내려왔다. 작년 9월에는 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하고 실험용 개를 부정 거래한 수의대 이병천 교수를 파면했다. 2018년에는 미대 교수를, 2016년에는 공대 교수를 성추행으로 파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가불 선진국', '법고전 산책'과 관련된 북콘서트 '가불 선진국에서의 법고전 산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조 전 장관은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허위 인턴확인서를 제출하고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리한 입시 비리 혐의, 딸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019년 12월 31일 기소됐다. 이후 지난 2월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대는 조국 전 장관이 기소된 지 1달 뒤인 2020년 1월 그를 서울대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그리고 이날 교원징계위가 파면을 의결하기까지 3년 5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서울대는 징계를 의도적으로 미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서울대 총장은 오세정 교수였다. 오 전 총장은 당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20년 12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의 공범이었던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정 전 교수의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과 서류 허위 작성 등을 공모했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었다. 이듬해 8월 2심에서도 징역 4년이 유지됐지만, 오 전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조국 교수에 대한 판결이 아니다”라며 “분명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판단해 조국 교수의 1심 판결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징계 절차가 계속 지연되자 작년 4월에 교육부는 서울대에 ‘오세정 총장에게 경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해 7월 오 전 총장은 뒤늦게 조 전 장관에 대한 징계 의결을 징계위에 요구했다.

이후 징계 절차도 지지부진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조국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 13개 중 8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파면 의결’은 1심 유죄 판결이 나오고 4개월 뒤에 이뤄졌다. 총장도 오세정 교수에서 유홍림 교수로 바뀐 뒤다. 교원 징계 규정 중 ‘청렴의 의무 위반 처리 기준’에 따르면 직무와 직접적인 관계 없이 금품 등을 직무 관련자로부터 500만원 이상 받은 경우 파면에 해당한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600만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대는 유독 조 전 장관의 징계만 늦춰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어서문학과 A교수는 성추행 혐의로 2019년 8월 해임됐는데, 이는 기소되기도 전이었다. 앞서 2014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수리과학부 B교수도 기소 8개월 만에 파면됐다.

징계가 지연되는 동안 조 전 장관은 1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위 해제 상태였지만, 해임과 파면 등의 징계 처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급여 일부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서울대 안팎에서는 “강의도 하지 않는 교수에게 급여를 장기간 지급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즉각 항소했다”며 “판단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기 전까지 징계 절차를 중지해주길 요청했지만, 서울대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곧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불복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징계가 유지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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