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2년여래 최저…연준 6월 금리 동결 확실시(종합)
연준,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 확실시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며 2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우호적인 신호다. 당장 이번달 동결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주거비(shelter) 등 일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CPI 상승률 4.0% ‘예상 부합’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4월(4.9%)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0%)와 같았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2.7%) 이후 2년2개월 만의 최저다. 전월 대비 CPI는 0.1% 올랐다. 4월 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둔화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와 비슷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3% 올랐다. 4월 당시 5.5%보다 약간 둔화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 뛰었다. 시장이 당초 예상한 수치에 부합했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5%대를 보였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물가는 에너지 분야(-3.6%)를 중심으로 둔화했다. 에너지 상품(-5.6%)과 에너지 서비스(-1.4%) 모두 하락했다.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휘발유 가격은 5.6% 떨어졌다. 신차(-0.1%), 의료 서비스(-0.1%) 역시 내렸다. 식료품 가격은 한달새 0.2% 올랐다.
다만 서비스 물가의 상승세는 여전했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8.0%, 전월 대비 0.6% 각각 올랐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4월 당시 0.4% 뛴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높아졌다. 교통 서비스는 전월 대비 0.8%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2% 폭등했다. 중고차 가격은 한달새 무려 4.4% 뛰었다. 헤드라인에 비해 근원물가가 계속 5%대를 유지하며 ‘끈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거비와 중고차 등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근원물가가 높은 것은 주거비와 중고차의 비중이 과하게 반영된데 따른 것”이라며 “(CPI가 둔화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다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이번달 금리 동결할듯”
앞서 전날 나온 미국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 4.1%를 기록했다. 전월(4.4%) 대비 하락했다. 지난 2021년 5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다.
이에 따라 이번달 연준의 금리 동결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00~5.25%로 동결할 확률을 94.2%로 보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PI의 고무적인 추세는 연준이 금리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여유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채권금리 하락). 오전 9시35분 현재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7bp(1bp=0.01%포인트) 내린 4.525%를 나타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bp 떨어진 3.720%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안도 랠리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1%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85% 각각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연준 목표치(2.0%)를 상회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 CNBC는 “(눈에 띄게 둔화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실제 CME 페드워치를 보면,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5.25~5.50%로 25bp 인상할 확률을 60.6%로 보고 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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