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대사의 품새부터 피아노 연주까지…'2023 문화소통포럼'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한국의 영혼을 볼 수 있는, 창문같은 스포츠인 태권도를 사랑합니다."
맨발로 태권도 도복을 입고 나타난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는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50명 가량의 참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금강 품새 시범을 시작한 르포르 대사는 한 다리로 서서 얼굴과 몸통을 동시에 막는 고난도 동작 '학다리금강막기'를 흔들림 없이 수행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저에서 개최한 'CCF 2023 문화소통포럼'은 국내외 인사들의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CCF는 한국 문화를 알리고 소통하는 행사로 2011년부터 매년 열렸다. 이번 포럼은 '몰입과 히든 탤런트, 나누는 즐거움'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독일 대사 등 외교 인사와 문화계 인사들은 '히든 탤런트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선보였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한 질문 경연인 '챗GPT 문화소통 공모전'의 결선도 진행했다.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다른 답변을 도출하는 챗GPT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창의적인 답변을 도출한 질문을 가렸다.
최정화 CICI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CICI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CCF 행사를 기획했다"며 "재능을 나누는 즐거움이 소중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해 '히든 탤런트 퍼포먼스'를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내 자리만을 지킨다면 세상에서 뒤처지는 문화 지체를 경험하게 된다"며 "요즘 가장 '핫한' 챗GPT를 활용한 공모전을 통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우렁찬 기합소리로 참석자를 놀라게 한 르포르 대사였다. 그는 품새 시범이 끝난 뒤 뒤돌려차기, 내려차기 등의 기술로 송판 5장을 연이어 격파하며 절도 있는 모습을 뽐내 소통상을 받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프랑스 출신의 소리꾼 마포 로르는 샛노란 한복치마를 입고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판소리 '흥보가' 중 '가난타령'을 불렀다.
"2015년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민혜성 명창의 공연을 접하고 판소리에 빠져 소리꾼이 됐다"는 로르는 풍부한 성량을 들려주며 객석을 압도했다. 프랑스어 가사로 판소리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그는 곧이어 우리말로 구성지게 "몹쓸 팔자로다"라고 노래하며 관객에게 인상을 남겨 문화상을 탔다.
"18살 때 배운 피아노 덕분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는 라이펜슈툴 대사는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방효진 밀렌아시아 회장도 무대에 올라 플루트 연주로 합을 맞춰 협력상을 받았다.
권준혁 마술사는 주사위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객의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숫자를 맞추는 마술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창의상을 받았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챗GPT 문화소통 공모전'에 대한 현장 심사가 진행됐다. 결선에 오른 7개 후보작은 '외국에 사는 소년', '한국의 맛집을 조사하는 외국인' 등 다채로운 설정을 활용해 답변을 끌어낸 질문이었다.
공모전의 사회를 맡은 번역 플랫폼 기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챗GPT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구체적인 예시를 제공하면 보다 정확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은 한국의 맛집을 표로 정리해 명료한 답변을 도출한 대학생 황영석 씨에게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손경식 CJ그룹 회장,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이탈리아 대사,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주한스위스 대사 등도 참석했다. 박 장관은 "보훈하면 무거운 느낌을 주고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다"며 "21세기 대한민국 보훈은 경쾌한 문화와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보훈 문화를 더 밝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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