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하루만에 1군 복귀전’ 삼성 최채흥, 5.1이닝 무실점 호투로 삼성 마운드의 ‘단비’가 됐다

프로야구 삼성과 LG의 2023 KBO리그 7차전 맞대결이 펼쳐진 13일 서울 잠실구장. 이날 삼성은 선발로 2021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해 지난 12일 제대한 좌완 최채흥을 내세웠다. 2018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아 푸른 유니폼을 받아든 최채흥의 입대 전 4년간의 1군 무대 통산 성적은 88경기 26승 22패 평균자책점 4.18. 2020년엔 11승6패 평균자책점 3.58로 정상급 선발요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삼성 선발 최채흥이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입대 전엔 젖살도 있었는데, 상무에서 몸 관리를 잘 했는지 어깨도 넓어지고 근육량도 증가한 모습”이라면서 “슬쩍 물어보니 ‘100구 이상도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더라. 늠름해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최)채흥이가 입대 전에도 LG에 강했던 것도 기대케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채흥은 2020년에 LG를 상대로 4경기 등판해 25이닝 동안 단 1실점(1자책)만 내주는 짠물 피칭을 선보인 바 있다.

박 감독의 기대대로 최채흥은 2021년 10월30일 NC전 이후 591일 만의 1군 무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최고 시속 142km의 직구(43구)와 슬라이더(29구)를 주로 던지며 9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최채흥은 5.1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만을 내주며 팀 타율 0.280으로 10개 구단 통틀어 최강인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97로 최고의 선발 중 하나인 LG 플럿코와도 대등히 맞서는 모습이었다. 플럿코는 6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말 삼성 선발 최채흥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 1사에 마운드를 내려온 최채흥은 복귀전에서 승리투수 자격을 갖췄지만, 후속투수 김대우가 동점을 허용하며 복귀승은 다음으로 미뤘다. 이날 보여준 피칭을 이어간다면 5선발 요원이 마땅치 않은 삼성에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이날 경기는 LG의 승리로 끝이났다. 1-1로 팽팽히 맞선 8회. LG는 선두 타자 김민성이 볼넷을 골라 찬스를 잡았다. 후속타자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김현수. 그는 무려 16년 만에 희생번트를 대며 1사 2루를 만들며 찬스를 이어줬다. 이어 오스틴의 잘 맞은 타구가 삼성 유격수 이재현의 기가 막힌 호수비에 땅볼로 변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다. 이재현은 역동작으로 오스틴의 타구를 잡은 뒤 대시 동작 없이 곧바로 1루 송구를 던졌다. 마치 오지환의 수비를 보는 듯 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말 무사 LG 김현수 타격 때 삼성 최채흥이 호수비를 보여준 김영웅에게 엄지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2사 2루. 삼성 더그아웃은 홈런 1위(14개) 박동원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오지환과의 승부를 택했다. 마운드에 좌완 이승현이 있기에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오지환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이지만, 이승현의 초구를 통타해 이재현을 스쳐지나가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오지환의 이 결정적인 한 방에 힘입어 LG는 2-1로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잠실=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