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다시 느는데… 10대 참여는 ‘반토막’

김나현 2023. 6. 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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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에 헌혈버스가 도착했다.

헌혈버스는 오전 8시부터 점심시간까지 학교 운동장을 지켰지만, 혈액 기부를 향한 학생들의 발걸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기적으로 혈액 나눔이 이어지기 위해선 어린 시절의 헌혈 경험이 중요한 만큼, 10대 헌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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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헌혈의 날… 인식전환 시급
거리두기 해제로 회복세 불구
2022년 10대 헌혈건수 46만건 그쳐
코로나 이전의 절반 겨우 웃돌아
헌혈자 10명 중 1.7명 수준 급감
전문가들 “헌혈문화 개선”지적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에 헌혈버스가 도착했다. 헌혈버스는 오전 8시부터 점심시간까지 학교 운동장을 지켰지만, 혈액 기부를 향한 학생들의 발걸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여명으로 이루어진 한 학급에서 헌혈에 나선 아이들은 1∼2명에 불과했다. 헌혈에 참여하지 않은 김모(18)군은 “피 뽑고 나면 공부에 지장을 줄 것 같다”면서 “군대에 가면 많이 뽑는대서 지금 하고 싶지 않다”고 심드렁했다. 3학년 담임 교사를 맡은 이모(30)씨는 “헌혈하는 데 대기 포함해도 1시간도 안 걸리는데 (학생들은) 시간이 아깝다고 한다”며 “아이들이 헌혈 기념품에도 관심이 없고, 헌혈을 ‘굳이 왜 해야 하냐’는 반응을 보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 헌혈자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헌혈의집 광교센터에서 한 시민이 헌혈하고 있다. 수원=뉴스1
매년 6월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2004년 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기 위해 ABO 혈액형을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해 제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시민들의 헌혈 참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10대 헌혈’만큼은 회복될 기미가 없다. 장기적으로 혈액 나눔이 이어지기 위해선 어린 시절의 헌혈 경험이 중요한 만큼, 10대 헌혈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헌혈 기부가 다시 늘어나며, 지난 1∼5월 헌혈 건수는 101만4163건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동기간(108만4828) 대비 93.5%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만 16세부터 가능한 10대의 헌혈 건수는 지난해 46만2186건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80만321건)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10대의 헌혈 감소세가 2014년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2014년 전체 헌혈자 10명 중 3.5명이 10대였지만, 지난해에는 10명 중 1.7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헌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화 관람권 등 헌혈 기념품 금액대가 낮아 학생들 발길이 끊겼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자 기념품은 헌혈 대가가 아니라, WHO 등의 ‘헌혈과 수혈의 윤리강령’에 의거 무상헌혈에 대한 소정의 감사 표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미래의 헌혈자들이 헌혈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대가 없이 꾸준히 혈액을 기부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혈액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 초점을 맞춘 ‘환자혈액관리’ 중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청년세대 혈액 공급은 줄지만, 고령층 수혈자는 늘면서 필연적으로 ‘피 부족 위기’가 닥쳐온다는 점에서다. 환자혈액관리는 의료 현장에서 빈혈 등 환자 혈액상태를 사전관리하고, 수술 시 혈액손실을 최소화하여 혈액재고 및 사용량을 관리하는 체계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범부처 국가헌혈추진협의회를 신설하고, 의료기관 혈액 사용현황을 감독하는 등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숙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교육부와 협력해 10대를 위한 헌혈 인식 개선을 진행하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헌혈할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의료기관에서도 혈액사용량과 재고량을 적절히 관리하는지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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