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국민 엄마손’ 성장 발판… ‘K제약’ 글로벌 선두 꿈꾼다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이지민 2023. 6. 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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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유한양행
개발 1호 ‘소염진통제’ 가정상비약 역할
소비자 니즈 반영… 파스·파프 등 확장
손흥민 모델 선정 ‘국민 파스’ 자리매김
2014년 매출 1조원·올 2조원대 달성
혁신 신약 개발·연구개발 부문 강화
세계 시장 진출 ‘100년 제약사’ 눈앞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기업’의 입지를 다지는 데는 ‘국민 의약품’인 ‘안티푸라민’의 역할이 컸다. 이외에도 전문의약품(ETC)과 일반의약품(OTC)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고 있다. 1926년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유한양행은 장장 68년간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6·25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회사다. 2014년 제약 업계에서는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안티푸라민 연고
◆온 국민의 ‘엄마 손’, 출시 90주년

가정상비약 안티푸라민은 올해 아흔 살이 됐다. 창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처음 자체 개발한 의약품으로 선보인 뒤 익숙하고 친근한 가정상비약으로 국민 곁을 파고들었다.

안티푸라민의 탄생에는 유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의 공이 컸다. 호 여사는 미국에서 동양인 여성 최초로 의사 면허를 취득한 재원이다. 한국에 들어와 소아과를 운영했는데 가벼운 부상에도 마땅히 사용할 의약품이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후 국민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할 것을 건의했고, 호 여사의 조력하에 안티푸라민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1960년 안티푸라민 광고
안티푸라민이라는 브랜드명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라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더한 것이다. 제품의 특성을 그대로 설명한 ‘항염증제’, ‘소염진통제’라는 의미다. 유 박사는 안티푸라민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해 1930년대 신문 광고에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주성분은 멘톨, 캠퍼, 살리실산메틸 등으로 소염 진통, 혈관 확장, 가려움증 개선 작용을 한다. 다량의 바셀린 성분을 함유해 보습 효과도 뛰어나다.
1961년 리뉴얼한 안티푸라민 연고 초록 철제 케이스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안티푸라민의 모습은 녹색 철제 캔에 간호사가 그려진 제품이다. 유한양행은 1961년 케이스 디자인을 바꿔 간호사의 모습을 안티푸라민 케이스에 그려 넣었다. 이를 계기로 가정상비약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어린 시절 아픈 배를 어머니가 쓸어 주면 통증이 가라앉은 것처럼 안티푸라민 역시 온 국민의 ‘엄마 손’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했다.

◆노익장 뽐내며 ‘손흥민 파스’로 변신

안티푸라민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으나 매출액 규모는 2000년대까지 1990년대 출시한 안티푸라민 에스 로션을 포함해 연간 20억∼30억원 수준에서 오랫동안 정체됐다. 분위기가 바뀐 시기는 2010년이다. 유한양행은 파스 제품 안티푸라민 파프 등으로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 소염진통제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2010년대에 들어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허브향,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 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출시하며 ‘안티푸라민 패밀리’가 구성됐다. 최근에는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 필요한 만큼 손으로 잘라 쓸 수 있는 롤파스까지 출시했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안티푸라민 패밀리는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매출액은 2014년 100억원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244억원, 2022년 298억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면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 분류되는 제약업계에서 노익장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 라인업
안티푸라민은 ‘국민 파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를 2019년부터 제품 광고 모델로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모델 선정 뒤 1년 동안은 손 선수가 달리는 장면과 함께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이라는 브랜드만 노출하고 제품은 드러내지 않았다.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 손흥민 그리고 국가대표로 이어지는 브랜딩을 목표로 한 전략이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손흥민 선수를 안티푸라민 제품 패키지 모델로 발탁하고,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을 선보였다. 안티푸라민 파스 제품이 이른바 ‘손흥민 파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90년 동안 안티푸라민이 장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고객의 사랑”이라며 “안티푸라민 ‘손흥민 에디션’을 계기로 향후에도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더 큰 효과로 보답할 수 있는 국가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로 진출하는 100년 기업 될 것”

유한양행은 2013년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뒤 2014년 업계 최초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당시 매출액 1조 기업 출현은 제약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경계에 도달했다는 상징성을 나타냈다. 더불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 체력을 갖추게 된 것을 시사한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최근 ‘100년 기업, 유한양행’을 위해 △혁신 신약 개발 △사업 영역 확장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약속했다.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난달 30일에는 일부 기구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기존 연구개발(R&D)본부 산하의 중앙연구소 및 임상의학부문을 사업본부급으로 격상했다. 중앙연구소, 임상의학본부, R&BD(사업화 연계기술개발)본부를 김열홍 R&D 총괄 사장 직속으로 개편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96주년 기념사에서 “‘좋은 약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유일한 박사님의 숭고한 창업 이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반드시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00년 기업에 걸맞게 진정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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