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웹툰작가에게 ‘최저임금’은 먼 나라 얘기
방송스태프 시급 최저 5천원
대리기사 셔틀비 등 자부담
웹툰작가 주 140시간 노동
“앞으로 최저임금은 금액 인상에 더해 대상을 넓히는 운동으로 전개돼야 합니다. 그래야 최저임금이 정체성에 걸맞게 노동자 전체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788만여명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지만 노동자가 받아야 할 법·제도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남들보다 훨씬 오래 일하면서도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엔 대표적인 특고·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라이더와 방송스태프(방송 비정규직), 대리운전기사, 웹툰작가 노조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최저시급보다 더 적게 받고
장시간 ‘착취 노동’ 내몰린
제도 밖 노동자 788만명 달해
산업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제도 밖’ 특고·플랫폼 노동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회사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비임금노동자’는 2021년 787만8928명에 달했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시급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라이더 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1월부터 5월까지 경비 제외 월평균 약 220만원의 실소득을 올렸다. 평균 하루 10시간, 주 6일 일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평균 시급은 약 8600원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과거에는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다수였으나, 배달대행업체의 등장으로 업무위탁계약이 늘고 코로나19를 거치며 대세가 됐다”고 했다.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와 도급·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방송스태프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공공운수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지난 2~8일 10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35%가 시급 5000~8000원을 받았다. 반면 노동시간은 58%가 ‘주 52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일감이 고정적이지 않고 고용안정도 기대할 수 없기에 제대로 된 급여가 더 절실하다”고 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적은 급여를 받으며 제반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느라 장시간 노동에 내몰렸다. 대리운전기사들은 기본수수료 20%에 월평균 약 14만3000원의 대리운전 보험금, 앱 프로그램 사용료, 이동비용(셔틀비)까지 부담한다. 서비스연맹이 조사한 대리운전기사들의 최저시급은 8368원이었다.
웹툰작가는 콘티, 밑그림, 후보정 등 최소 7단계 작업을 한다. 웹툰작가노조는 1회 원고를 약 70컷으로 보면 단계마다 평균 20시간이 걸린다고 추정했다. 한 사람이 모든 작업을 다 한다면 주 140시간 일하는 셈인데, 신인 작가의 수입은 주당 40만~60만원이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세금과 보험료를 떼어갈 땐 플랫폼을 활용해 모든 수입을 정확하게 들여다보더니, 최저임금 등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땐 갑자기 우리를 사각지대로 내몬다”고 했다.
세금·보험료 떼어갈 때
플랫폼서 수입 들여다보듯이
노동량도 플랫폼서 측정 가능
“최저임금법 개정, 적용해야”
해외에서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우버 기사들은 운행거리·시간당 요금을 유효 운행률(실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시간의 비중)로 나눈 뒤 합산해 ‘최저표준운임’을 계산한다. 뉴욕시에서는 최근 배달기사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이 시행됐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량 계측’은 한국에서도 지금 당장 가능하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위원장은 “플랫폼 서버에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기에 과업과 노동시간의 관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게 가능하다”며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적용대상을 확장하거나 화물운송 안전운임제와 같은 업종별 맞춤형 최저임금·적정임금 제도를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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